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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반도체·철강 '풀가동'...車·조선은 눈물의 '개점휴업'

<최장연휴 산업계 엇갈린 현장>

●반도체 등 '슈퍼사이클'

OLED패널 고객사 급증에

디스플레이업계 비상 근무

'호황' 정유·석유화학업계도

4조 3교대로 연일 '구슬땀'

●차·조선 씁쓸한 연휴

현대·기아차 열흘간 장기휴무

車판매 급감따라 특근 최소화

수년째 일감 부족 조선업계도

필수 인력만 빼고 모두 쉬기로





산업계 각 사업장들이 30일부터 장장 10일간의 연휴에 돌입한다. 서울경제신문이 29일 각 사업장의 현장을 취재한 결과 사상 최장기 연휴를 맞이한 사업장들의 표정은 업종과 업황에 따라 엇갈렸다.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정유·철강 등 356일 생산시설을 멈출 수 없는 업종은 이번 연휴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교대근무를 한다. 반면 자동차·조선 등 명절이나 휴가 때 공장을 닫기도 했던 업종은 최대 12일까지 연휴를 즐기게 됐다. 공교롭게도 연휴 기간 못 쉬는 업종과 쉬는 업종의 업황은 대조적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은 ‘슈퍼사이클’을 맞아 풀 가동 속에도 즐거운 표정이고 위기의 자동차와 조선 등은 ‘눈물의 개점휴업’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반도체 등 슈퍼사이클…연휴에도 풀 가동=슈퍼호황에 올라탄 반도체 업계는 365일 24시간 풀 가동해도 주문 납기를 맞추기가 빠듯하다. 삼성전자는 1년 전부터 근무표를 짜놓았다. 이번 연휴에도 4조 3교대로 경기 화성·기흥·평택 반도체 공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PC·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공장 증설 등 신규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마찬가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연휴 공장 가동을 이어간다. 올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고객사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할 만큼 호황이다. 공장을 멈출 수 없는 사업의 특성상 이번 롯데케미칼·한화케미탈·S-OIL·SK에너지·SK종합화학 등 주요 업체 모두 4조 3교대 근무가 돌아가지만 업황이 워낙 좋아 직원들 표정은 가볍다.

쇳물이 나오는 고로를 끌 수 없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역시 연휴 기간 공장을 돌린다. 포스코 포항·광양 공장은 4조 2교대로,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4조 3교대로 평상시와 같이 근무한다. 철강 업계 역시 길었던 침체기를 벗어나 호황을 맞아 연휴를 앞둔 직원들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자동차 등 최대 12일 쉬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이=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전 직원이 다음달 9일까지 열흘간의 장기 휴무에 돌입했다. 현대차의 경우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근무자 수를 자랑하는 울산공장을 포함해 판매직, 본사 사무직, 남양연구소 연구직 등 6만7,000여명이 이번 연휴 전체를 쉰다. 기아차 역시 생산직 2만2,000명을 포함한 3만4,000여명 전 직원이 연휴 전체를 쉰다.

그러나 생산물량 부족에 따른 고객 인도 지연이나 수출 차질 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예년과는 크게 다른 풍경으로 과거에는 설·추석 연휴 전후 주말 특근을 강도 높게 돌려 생산 물량을 맞추고는 했다. 그러나 올해는 30일과 다음달 9일에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라인만 특근하고 기아차는 아예 특근 계획이 없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연휴가 길지만 평일 잔업 중단, 특근 최소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 “판매가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특근으로 생산한 차는 수익이 나지 않게 돼 특근을 돌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일부 라인을 제외하면 연휴에 하루를 더 붙여 다음달 10일까지 쉬고 르노삼성은 노사 합의로 이틀을 더 붙여 다음달 11일까지 모두 12일을 쉬기로 했다.

수년째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조선 업계도 필수 인력을 빼고는 모두 쉰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8일까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9일까지 휴무한다. 그러나 이 같은 연휴도 조선 업계 종사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이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과 석유개발 업황이 살아나 양질의 일감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구경우·조민규·신희철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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