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이동통신사들을 두고 벌인 사실조사 기간을 연장했다. 통신비 인하를 두고 갈등을 빚던 이통사들이 백기투항했고 다음달 국정감사의 예봉을 피해가겠다는 속내라는 지적이다.
5일 정부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당초 지난 달 말까지로 예정돼 있던 사실조사 기간을 9월 말까지로 늦췄다. 사실조사는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는 등 단통법을 위반한 데 대한 실태점검을 마치고 영업정지·과징금 등의 행정제재를 전제로 한 조치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5월 벌어졌던 ‘갤럭시S8 대란’을 계기로 이통3사와 유통점 등을 대상으로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가 조사기간을 연장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오는 15일부터 할인율이 확대되는 요금할인(선택약정)을 두고 정부와 첨예한 갈등을 빚던 이통사들이 ‘백기’를 들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던 이통사들이 결국 정부 정책에 따르기로 한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 결론을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에 진행될 새 정부의 첫 국정감사를 전략적으로 계산에 넣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사가 9월 말 마무리되면 2주일 가량 의견수렴 기간 등을 거쳐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10월 둘째주에 열리는 국감과 시기가 겹친다. 국감 이후에 과징금이 확정되면 결과에 따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등의 야당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조사 대상기간은 그대로 지난 1월에서 8월까지”라며 “다만,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조사 활동 기간만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과징금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래 가장 큰 규모일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 과징금은 매출액에 비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조사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액수도 늘어난다. 통상 사실조사 기간은 두 달 안팎이 많지만, 이번에는 조사 기간이 상당히 긴 만큼 과징금 액수도 ‘역대급’ 규모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과거 이통3사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2013년이다. 당시 방통위는 보조금 과열 경쟁을 벌인 이통3사에 총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제재 대상 기간은 2013년 5월17일부터 7월16일(61일), 8월22일부터 10월31일(71일)까지였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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