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시대에는 재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겁니다. 새로운 재료가 개발되면 제품의 수명이 늘고 가격이 줄어들면서 제품 자체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기석(사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재료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각종 첨단 기기들이 개발되고 연결되는 과정에서 재료가 기기의 진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리튬공기 전지가 들어간 정보기기의 경우 수명은 10배 늘어나는 반면 가격은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재료공학 전공자인 강 교수가 리튬공기 전지의 매력에 빠져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리튬공기 전지 연구가 처음부터 주목 받았던 것은 아니다.
강 교수는 “2001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당시 전지 연구는 로 테크놀로지(수준 낮은 기술)로 여겨져 인기가 없었다”면서도 “당시 미국에서도 이차 전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몇 년 후 귀국해 보니 이차전지 붐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재료 공학 중에서도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료를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 이 같은 기본기 덕분에 효율성 높은 리튬공기 전지를 개발하는 쾌거를 달성했고 이번에 ‘이달의과학기술인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과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남기는 조언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융합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핵심이 되는 기본이 더 중요해요. 기본이 탄탄해야 다른 분야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몸이 탄탄하면 어떤 옷을 입어도 아름다운 것과 같은 논리죠.”
대학에 남아 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이유도 자신의 경험을 전해주고 싶어서다.
강 교수는 “제가 세계적인 연구를 함으로써 저와 같이 연구하는 친구들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게 하고 싶다”며 “이 과정에서 세계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제가 겪은 다양한 경험을 자연스럽게 겪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과학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사람을 밀어주는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며 “이미 중복된 연구라고 해서 지원을 피하기보다는 세계적인 전문가를 만들기 위한 발전적인 방향에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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