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27일 세종시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익편취 지분율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법안이 많이 나와 있는 것처럼 상장·비상장 불문하고 20%까지 낮추는 것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금지 규제 대상은 상장사인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다. 이 규제는 재벌 총수 일가가 계열사 간 부당지원과 일감 몰아주기 등의 수법으로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막는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신 부위원장은 “2014년 2월 법 시행 이후 3년이 지나 사익편취 금지 제도의 정착과 실효성 여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을 포함해 야당 의원들이 이처럼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긍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법 개정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법이 개정되면 현대글로비스나 이노션처럼 총수 일가 지분이 20%~30% 미만인 상장사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차그룹은 법 시행 직전에 총수 일가가 가진 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을 29.99%로 낮춰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간 바 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27일을 기점으로 45개 대기업집단의 22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점검표를 발송하는 등 사익편취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실태조사는 2015년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신 부위원장은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사업기회 제공, 통행세 수취(부당한 계열사 끼워 넣기) 등 신종 수법도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현대, 씨제이(CJ), 한진 등 3개 그룹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제재했고, 현재 한화와 하이트진로를 조사 중이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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