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다. 미국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브랜드 지프다. 지난해 지프의 베스트셀링카이자 전체 판매의 30%를 담당했던 중형 SUV ‘체로키’ 디젤 모델의 인증 지연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전년대비 늘었다. 업계에서는 75년 간 오직 SUV만 만든 지프의 노하우와 차별화된 브랜드 감성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수입차 판매가 감소한 상황에서 지프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프 브랜드의 1~11월 판매량은 4,405대로 지난해 4,324대 대비 2%가량 증가했다. 1~11월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 21만9,534대에서 올해 20만5,162대로 6% 이상 쪼그라든 것을 고려하면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는 중형 SUV 체로키 디젤의 유로6 모델의 인증을 지난해 11월께 끝내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증은 올해 8월말에서야 끝났다. 9~11월 석달 간 체로키 디젤은 158대가 팔려 지난해 1~11월 판매량(1,412대)의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위기 상황에서 지프는 할인과 같은 단기 대책이 아닌 브랜드 감성 자체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올해 지프 브랜드 론칭 75주년을 기념한 스페셜에디션 모델 4종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프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미국과 연합국이 만든 SUV ‘윌리스 MB’로부터 출발했다. 지프가 매년 진행하는 고객 초청 오프로드 및 캠프 행사인 ‘지프 캠프’도 지난 9월 고객들의 큰 호응 속에 치러졌다.
체로키 디젤 모델의 출시 지연에 따른 판매 감소는 소형 SUV인 ‘레니게이드’가 만회했다. 레니게이드는 올해 11월까지 판매량이 1,509대로 지난해(646대) 대비 2배 늘었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지프 특유의 디자인과 탁월한 주행 감각이 입소문을 타면서 올 들어 판매가 급증했다. 가격은 3,000만원대 초반으로 국산 브랜드의 SUV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지프의 SUV 라인업이 촘촘하게 잘 갖춰진 것도 악재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지프는 소형 SUV 레니게이드와 ‘컴패스’를 비롯해 중형 SUV인 ‘체로키’, 대형 ‘그랜드 체로키’에 더해 정통 오프로드 SUV ‘랭글러’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랭글러 루비콘 시리즈는 올해 645대가 판매되는 등 차별화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주목받았다.
내년 지프의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체로키 디젤 모델이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서고 인기가 많은 소형 SUV 라인업에서는 신형 컴패스를 비롯해 스페셜 에디션 차종 출시가 예정된 점도 호재다. 특히 파블로 루쏘 FCA코리아 사장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판매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잠재 고객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지프 국내 공식 페이스북 팬은 2013년 16만명에서 올해 30만명 이상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엔트리급 모델로 수입차를 시작한 고객들이 차량을 바꾸는 시기가 되면 지프와 같은 전통의 브랜드 감성을 가진 차를 선택한다”며 “국내 시장에서 지프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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