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고령층 고용의 질은 주요 선진국 대비 현저하게 열악하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고령층 고용률은 주요 유럽 주요 선진국 대비 두 배가 넘지만 다섯 명 중 두 명이 임시직 꼴이랑 상대적 빈곤율은 프랑스보다 14배나 높았다. 처우가 크게 차이 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는 우리나라 특유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빨리 개선해야 고령층 일자리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조언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간한 ‘주요 선진국의 고령층 고용현황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48.1%(2015년 기준)였다. 55세 이상 인구 둘 중 하나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스페인(19.8%)과 비교하면 2.5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경제 시스템 구조가 비슷한 미국(38.4%), 영국(30.6%)과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은의 이번 보고서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6개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고령층 일자리를 비교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3.1%로 미국(14.9%), 영국(17.7%), 독일(21.0%), 프랑스(18.4%), 이탈리아(21.7%), 스페인(18.5%) 등 주요국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205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37.4%로 미국(20.9%)에 비해 16.5%포인트나 높았다.
문제는 그나마 고령층 인구 비중이 낮은 현재 수준에서도 우리나라 고령층의 일자리 질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5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 중 임시직 비중은 41.3%에 달했다. 55세 이상 고령층 다섯 명 중 두 명은 임금 수준이 크게 낮은 임시직에 재취업을 하는 셈이다. 이는 주요 6개국 중 고령층의 임시직 비중이 가장 높은 스페인(10.4%)과 비교하면 네 배에 가깝다. 임시직 비중이 가장 낮은 프랑스(3.9%)와 비교하면 열 배가 넘었다.
단기직 비중도 높았다. 우리나라의 55세 이상 인구 중 단기직 비중은 25.4%로 프랑스(2.7%)에 비해서 아홉 배나 높았다.
노인 자살률(10만명당 58.6%)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 마련을 위해 은퇴 시기를 늦추면서 고령층 고용률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질적으로 취약하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노인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도 48.8%로 프랑스(3.5%)와 비교하면 14배나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이처럼 열악한 우리나라 고령층 일자리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 등 노동시장 구조 및 임금체계가 유연한 나라는 기업의 부담이 낮아 고령층 고용의 양적·질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또 한은은 연금제도를 개혁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고령층의 은퇴 후 소득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금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 저소득층·비정규직 등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은은 고령층에 맞춤형 고용 서비스를 제공해 생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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