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30분께 예상 집회시간이 30여분 남아있는 상황이었지만 대학로 방송통신대학교 앞은 이미 인파로 넘쳐났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중장년층까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그야말로 ‘한 마음 한 뜻’으로 곳곳에서 모인 시민들이 인도와 한 쪽 차도를 가득 채웠다. 특히 가족 단위로 집회현장에 들른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서둘렀다는 이승배씨(44)는 아내와 함께 10살·8살·5살 난 아이 셋을 데리고 현장을 찾았다. 이씨는 지난 4일 부산 서면에서 열렸던 박근혜 대통령 하야집회에 참여했을 때 ‘서울에서 열릴 민중총궐기에 참여할 시민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와 상의 끝에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집회참가자가 100만명이 될 것이라는 보도를 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염려스럽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이씨는 “아이들 교육에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지만 나중에 시간일 흘렀을 때 ‘온 가족이 역사의 현장에 함께 했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중총궐기에 모인 시민들을 두고 여러 언론에서 성난 민심을 대변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현장에서 바라본 시민들은 오히려 집회를 축제처럼 즐기고 있었다. 오후 2시10여분께 대학로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아가면서도 지나가는 시민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화이팅입니다”, “오늘 다 같이 잘 해봐요” 같은 격려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현장에는 10여대의 트럭이 개별 그룹의 선두에 배치되어 있어 참가자가 자유발언을 하기도 하고 흥을 돋우는 노래를 틀며 사회를 보는 장소로 활용됐다. 충남지역에서 상경한 한 시민은 “12일 민중총궐기로 대한민국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해서 서울로 올라올 것”이라며 “얼마 후에 사그라들거라 생각하면 그건 정말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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