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같이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떠오른 중국과 함께 할 것인가. 지정학적 이유로 초강대국의 거센 입금을 받는 한국 입장에서는 영원히 풀기 힘든 숙제 중 하나다. 한미 군사적 유대 강화가 자칫 한중의 경제 연결고리 약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이래저래 살필 대목이 많은 상황이다.
주식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유·화학, 철강, 조선, 기계와 같은 수출 자본재 업종의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중국 경기 회복이 중요하다. 반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 소비재 업종 주가가 오르려면 미국 경기가 개선돼야 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방향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의 주도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더운 여름 장세를 이겨내기 위해서 무엇을 봐야 할까. 시장으로 보면 미국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 중국 주식시장은 아직 안갯속에 있다고 본다. 산업 측면에서는 ‘4차 산업’이라는 신경제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개선 강도로 본다면 중국보다는 미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IT에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우선 투자보다는 소비가 우위에 선 경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소비 경기는 저금리와 저유가로 양호한 확장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자리하고 있다. 연일 가시가 돋친 설전을 주고받는 미국 민주·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민간 소비시장 진작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어 전 세계 IT 업종 이익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 모선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IT 업종 1년 예상 이익증가율은 10%로 지난해 말 8.3%와 비교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주당순이익 역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005930)·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실적 호전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인 증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IT 기업은 성장성 대비 가격 이점이 크다. 한국 IT 종목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1.3배로 전 세계 평균 15.8배, 미국 15.9배, 일본 23.6배, 대만 12.8배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업황 개선과 우호적 주주정책 변화가 동반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주가는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위험·안전자산 가리지 않고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해도 올해 ‘섬머 랠리’의 주인공은 실적 개선에 성공한 IT 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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