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001520) 인수를 눈앞에 둔 유진그룹이 삼표라는 돌발 변수를 만났다. 삼표가 전격적으로 동양 지분을 확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삼표가 동양의 경영권 인수에 직접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유진과 현 동양 경영진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도원 삼표 회장은 1일 삼표이앤씨 등 특별관계자 12인과 함께 동양 보통주 5.00%(1,193만5,685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동양 지분(3.19%)을 더 늘렸다. 삼표 관계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삼표의 동양 지분 매입이 앞으로 유진의 동양 인수 계획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삼표는 그동안 동양시멘트(038500) 인수전, 동양 경영권 분쟁에서 유진과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해왔다. 실제 삼표는 지난 3월 동양 정기주주총회에서 유진이 자사 경영진을 동양 이사로 진출시켜 경영에 참여하려는 시도를 무산시켰다. 아울러 지난해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는 유진과 맞붙어 승리하기도 했다.
유진그룹도 삼표의 지분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평가된 동양의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투자 목적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삼표의 지분 확대가 동양 경영권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진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표는 유진과 레미콘 시장점유율 선두를 다투고 있어 유진이 동양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삼표는 서울시로부터 서울 시내의 레미콘공장을 이전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어 유진이 동양의 주인이 될 경우 수도권 양강구도에서 밀릴 수 있다. 또 충청·호남지역을 중심으로 전국망을 갖춘 유진기업(023410)과 경상·강원지역이 중심이 된 동양의 네트워크가 상호 보완이 이뤄지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더구나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 입장에서 유진이 동양을 인수할 경우 자신들이 지불한 인수대금이 유진에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삼표가 직접 동양의 경영권을 인수하기에는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삼표는 동양시멘트 지분 54.96%를 ㈜동양으로부터 7,943억원에 인수하며 해당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고 2,000억원을 빌린 형편이다.
결국 삼표가 이번에 지분을 늘린 것은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로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목적으로도 삼표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동양에 의결권을 위임시켜 유진을 견제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진에 지분을 넘기면서 차익도 챙길 수 있다. 실제 1년 넘게 유진과 동양 지분 확보 경쟁을 해오던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유진에 지분을 넘기면서 상당한 차익을 얻었다.
/송종호·지민구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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