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 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중소기업 고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행은 이날부터 엔화 대출 기업들에 대한 실태 점검 및 컨설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도 브렉시트 영향과 관련 기업들의 엔화 대출 등 외화 부채 차환율을 일 단위로 점검하기로 했다.
엔화 대출은 지난 2010년 감독 당국이 외화 대출 자금 용도를 해외 실수요 목적으로 제한하고 엔화 약세에 따라 대출 상환이 늘면서 줄어든 상태지만 일부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상당폭의 엔화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엔화 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약 21억4,500만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잔액(27억 달러)에 비해 6억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은행들은 엔화 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일부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엔화 환율 변동성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엔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원화 대출로 전환, 또는 통화 스와프를 권유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엔화 대출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컨설팅을 통해 환율 위험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거래하는 수출입기업들의 결제 시스템 점검에도 착수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들 가운데 자체적으로 환헤지를 하는 기업은 약 43%로 아직 절반에 못 미친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은 수입업체들은 상당폭의 환손실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가능성은 낮지만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수입업체들이 수입 대금 지급을 하지 못하는 유동성 위기가 나타나고 은행들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생기는 만큼 전체적인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다만 2008년 키코 사태 이후 선물환거래 등 환헤지 과정에서 투기성 옵션은 상당히 줄어든 상태라 환헤지 상품과 연관된 기업들의 피해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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