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판매사들이 이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출시된 비과세 해외주식전용투자펀드 가입자들을 겨냥해 여러 종류의 해외 펀드를 내놨지만, 정작 중국·베트남펀드로 가입자 90%가 몰렸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쏠림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1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21조2,161억원으로, 이 중 중국 주식형 펀드가 40.3%인 8조5,645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펀드 숫자 역시 전체 2,822개 중 816개(약 28.9%)에 달한다.
과거와 비교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펀드 쏠림현상은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고질병으로 지목된다.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60조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던 지난 2008년 6월엔 해외 주식형펀드의 전체 설정액 중 중국의 비중이 35.7%에 달한 바 있다.
중국, 베트남은 투자자들에게 성장성 좋은 국가로 친숙하지만 변동성도 높아 이 같은 쏠림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주식형펀드의 유형별 수익률만 봐도 최근 3개월은 9.21%지만, 6개월 동안은 -10.09%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음식점에서 인기 메뉴를 추천하듯 펀드를 권하는 판매사에 대한 불만이 높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 입장에선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잘 팔리는 펀드 위주로 추천하기 마련”이라며 “기껏 다양한 펀드 라인업을 선보여도 투자자들에게 소개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부 자산운용사에서도 ‘인기 키워드’에 따라 펀드를 내놓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 들어 신규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20%는 중국, 베트남 펀드였다. 지난해 유행했던 펀드는 미국 펀드였다.
펀드뿐만 아니라 여타 금융투자 상품과 관련해 항상 쏠림 현상이 지적되지만, 이 같은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 방안은 마땅치 않다.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정보를 늘리거나 판매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곁다리식 대책만 도입됐을 뿐이다.
4조 가량의 손실을 일으킨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역시 한때 창구에서 ‘안전하다’는 설명과 함께 판매됐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별로 펀드 판매 비중 등을 공시하게만 해도 쏠림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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