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 학위 보유한 사람은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에는 신흥국 전문가가 필요하다”(조용병 신한은행장)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올해부터 과장급 직원들의 해외 연수를 신흥국으로 보내는 ‘글로벌 아카데미 연수’를 신설했다. 통상적으로 은행원들의 해외 연수가 미국이나 유럽의 명문대에서 이뤄지던 것에 비춰볼 때 은행의 글로벌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올해부터 4급 과장 위주로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멕시코·러시아 등 신흥국 지역 소재 대학으로 해외 연수를 보내는 ‘글로벌 아카데미 연수’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현재 총 15명의 직원이 선발됐는데 중국에서 공부하게 된 직원이 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베트남 4명, 인도네시아와 멕시코로 2명씩 나가게 된다. 이들은 앞으로 약 1~2년간 각국 현지의 최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연수를 받으며 현지의 우수한 학생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신흥국의 문화를 몸으로 배우게 된다.
조 행장이 이 같은 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신한금융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미얀마 진출에 성공했으며 하반기에는 역시 국내 은행 가운데 최초로 멕시코에서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신한은행이 인수에 성공한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와 센트라마내셔널뱅크(CNB)를 통합해 ‘신한인도네시아은행(가칭)’을 하반기 출범시킬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 안에서 신흥국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현지에서 몸으로 부딪혀야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있는 현지 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게 조 행장의 판단이다.
신한은행뿐 아니라 신한금융 전체적으로도 이 같은 신흥국 전문가를 수혈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신한금융이 최근 사외이사로 동남아 지역 경제 전문가인 이성량 동국대 교수를 선임한 것도 이 같은 그룹 차원의 해외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글로벌 인재”라며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 제대로 된 신흥국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수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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