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권을 위한 유동성 지원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은행채 발행이 여전히 부진한 탓에 금리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오는 11월7일부터 은행채를 담보로 RP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 은행채 발행이 활발해지고 금리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30일 채권시장에서 농협은 6개월물 농금채를 7.27%에 발행하려다 취소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29일 5.90%에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이에 앞서 28일 1개월물을 발행하려다 철회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2~3년 이상 장기물만 찾기 때문에 단기물에 대해서는 반응이 시큰둥하다"며 "올해 말까지 유동성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높은 금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어 철회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의 유동성 비율 기준 자산을 3개월 이내에서 1개월 이내로 줄이면서 은행들의 자금사정에도 여유가 생겼다. 또 국민연금이 이날도 ▦신한은행 채권 3,000억원 ▦국민ㆍ우리은행 각각 2,0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매수하는 등 이달에만 3조원가량 은행채를 매입할 예정이다. 보험사와 공제 등도 은행채를 서서히 매수하고 잇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펀드 매니저는 "펀드에 돈이 빠지면서 신규로 은행채를 살 여력이 줄었다"며 "올해 말까지는 연기금 외에 특별히 은행채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아직까지는 은행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차이가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연말결산을 앞두고 굳이 은행채 비중을 높이는 곳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기준금리가 떨어져도 은행채 등 주변물까지 금리가 떨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11월7일부터 은행채를 담보로 RP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 은행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장은 "증권사나 운용사가 은행채를 담보로 4.5% 안팎에 RP자금을 빌려 쓸 수 있다면 굳이 헐값에 시장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통시장이 안정되면 발행금리가 낮아지면서 국고채와의 금리차이도 좁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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