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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고속 성장을 계속해 온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은 '빨리빨리'병이다. 그것은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고 애쓰다가 걸린 병이다. 한국 사람들은 느리고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중략) 프로방스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힌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분주함과 부산함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주관하며 느린 속도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 프로방스로 가야 한다." 2002년부터 프랑스에 머물며 파리에서의 산책과 사색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파리를 생각한다' '파리의 장소들' 등을 펴낸 저자가 이번에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기록한 산책기를 들고 돌아왔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일상의 도시인 파리를 떠나 휴식과 영감의 장소 프로방스에서 머물며 써 내려간 일기를 토대로 책을 펴냈다.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서정적 작품의 무대이면서 화가 반 고흐가 마지막 3년을 보낸 장소이기도 한 프로방스는 수많은 화가와 작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곳이다. 저자는 "프로방스에서의 삶이 아름다운 까닭은 햇빛 때문"이라며 "반 고흐처럼 햇빛에 굶주린 음산한 북쪽 나라 사람들이나 나처럼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혼잡함에 지친 사람들에게 아직도 아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한다. 그는 분주함에 현재의 삶을 저당 잡힌 한국인들에게, 일단 자동차를 버리고 발소리를 낮춘 채 프로방스의 작고 인간적인 규모의 마을로 조용히 따라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소설가 신경숙 씨는 추천사에 "프로방스에서의 25일이 마치 25년처럼 예술과 인문학적 단상들로 풍요롭게 채워졌다"며 "이 글을 읽는 은밀함의 또 한 통로는 한 사회학자가 자신만의 글쓰기로 인간다움과 예술의 자리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기도 했다"고 썼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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