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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3.6%에서 2.5%로 대폭 낮췄다. 내년 성장 전망치도 4.1%에서 3.4%로 수직 하향했다. KDI가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 이후 4개월 만에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이처럼 크게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최근 경기침체의 폭과 속도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KDI는 17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종전(5월20일) 3.6%에서 2.5%로 1.1% 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도 같은 기간 4.1%에서 3.4%로 0.7%포인트 내렸다. 한 때 국내 연구기관들 가운데 한국 경제를 가장 낙관적으로 봤던 KDI가 불과 4개월 만에 민간 연구기관을 통틀어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KDI는 통상적으로 1년에 두 차례(5월·11월)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국책연구기관의 성격상 그동안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좀처럼 손을 대지 않았다. 지금껏 단 두 번의 예외가 있었는데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9년 1월과 9월이었다. 그만큼 최근 경기침체의 양상이 2009년 위기 때만큼 심각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KDI는 이번 하향 전망의 이유로 수출둔화와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둔화를 꼽았다.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수출과 내수 모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당초 전망했던 3.6%의 성장률 달성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총수출(물량기준) 증가율은 3.3%로 4개월 전에 예상했던 6.6%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그 중에서 상품수출 증가율도 7.1%에서 2.7%로 대폭 내렸다. 총수입증가율은 5.8%에서 2.4%, 상품수입 증가율은 5.5%에서 1.8%로 각각 낮췄다. 그럼에도 경상수지는 183억달러에서 322억 달러로 높였다. 수출이 잘 돼서라기보다 수입이 크게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 때문이다.
내수와 투자도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소비 증가율은 3.0%에서 2.4%, 민간소비 증가율은 2.7%에서 1.4%로 내렸다. 설비투자도 당초 8.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2.9%까지 낮췄다. 건설투자도 3.1%에서 -0.2%로 조정했다.
이처럼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성장 전망치를 큰 폭을 내리자 일각에서는 KDI의 역할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성장률 하향조정에 나서는 민간기관 들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신뢰도에 흠짓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만 해도 3.6%로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했던 KDI가 불과 4개월 만에 큰 폭으로 성장률을 내린 것에 대해 정부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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