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ㆍ은행 등 국내 금융업계가 아직 해외 금융자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 ‘금맥’을 찾아 메콩강 유역으로 몰려가고 있다. 베트남 경제의 급팽창을 지켜본 증권사와 은행들이 같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캄보디아ㆍ라오스에서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찾기 위함이다. 이른바 ‘메콩 델타 3국’ 공략 전략이다. 국내 금융계는 아직 주식시장도 없어 ‘금융 불모지’와 같은 캄보디아ㆍ라오스에 뿌린 씨앗이 앞으로 5~6년 뒤 튼실한 열매를 맺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동양종합금융증권은 베트남 호찌민에 이어 지난 1월 프놈펜에 사무소를 설립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발을 내디뎠으며 지난 3년간 베트남 투자에 주력해 온 골든브릿지그룹도 이날 캄보디아 진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라오스를 공략지역으로 선택한 케이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라오스 정부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무주공산에 입성할 채비를 갖췄다. 은행과 저축은행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한국시멘트ㆍ한일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5월 중 ‘코리아캄보디아뱅크’를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신한은행도 단독자회사 형태로 ‘신한크메르뱅크(가칭)’을 세우기로 했다. 현재까지 관심의 초점은 그나마 경제사정이 나은 캄보디아에 집중돼 있다. 캄보디아는 증권선물거래소(KRX)가 2009년 오픈을 목표로 증시 개설을 추진하고 있어 3~4년 후에는 신생 자본시장의 수혜를 노린 금융기관들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0년 증시가 개설된 베트남은 자본시장 형성 5년 만인 2005년 시가총액 5,000억원대에서 올 1월 말에는 18조원대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베트남펀드를 만들어 이 시장에 먼저 진출한 한국투자증권과 골든브릿지그룹의 브릿지증권 등이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여기에 캄보니아의 경우 해상유전 발견으로 2010년부터 원유생산국으로서 고도 성장이 기대되는 점도 일반기업과 개인투자는 물론 금융계가 앞 다퉈 진출하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개발금융의 과실을 향유하려는 자본이 몰려들면서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3~4년 땅값이 100배나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캄보디아 국민의 현지금융 매력도 크지만 무엇보다 개발금융의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KRX의 한 관계자도 “캄보디아는 비공식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성장 국가인데다 아직 제대로 진출한 해외 금융기관이 거의 없어 국내 기관들의 선점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캄보디아에는 현재 16개 현지은행이 설립됐지만 자국 은행에 대한 불신이 깊은 데 반해 외국 자본 선호도는 높은데다 규제도 거의 없어 비교적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빈국인 라오스도 ‘제3의 베트남’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라오스에 깃발을 꽂은 유일한 금융기관은 바이오디젤사업에 총 300억원의 투자 결정을 내린 굿모닝신한증권. 하지만 다른 국내 증권사들도 현지 진출을 검토 중이고 호주나 뉴질랜드계 금융기관도 입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캄보디아ㆍ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지역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화교가 장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 자본에 유리한 시장”이라며 “지금은 경제규모가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베트남에 자극을 받아 경제성장에 시동이 걸린 만큼 시장 선점의 과실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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