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경제학도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이란 한편으로 부의 연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연구의 일부인데, 후자가 중요하다는 게 신고전주의 학파의 창시자인 마셜의 주장이었다. 양극화로 치닫는 자본주의 시대. 우리는 과연 이 '따뜻한 자본주의'를 경험한 바 있을까.
책은 냉혹하기만 한 자본주의를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오랜 시간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호요 복음으로 존재해 왔다. 인간의 이기적인 경제 행위에 맡겨두면 시장은 적정한 수요-공급을 만들어 내고 개인은 적절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현실은 그러나 절망 자체다. '구원으로 향하는 길을 잃은 듯하다'는 저자의 진단처럼 부의 격차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작은 불황에도 경제는 요동친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최소한의 생존권도 위협받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단편이다.
저자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찾을 실마리를 동양의 사상가 '공자'에게서 찾는다. 그는 궁극의 가치와 멀어진 자본주의를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동양유학의 정신인 인(仁)과 의(義), 기(氣)를 강조한다. '인'은 따뜻한 마음, '의'는 세상을 공정하게 유지하는 사회 시스템, '기'는 실사구시의 자세다. 인을 품고 의를 세우며 이(利)를 자제하는 동시에 기에 주목함으로써 비로소 돈과 도덕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이 같은 인간적 자본주의의 실천 방법으로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생태자본주의다. 생태자본주의는 인간에 이로운 게 아닌 세상에 이로운 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 기초하는 것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광의의 생태자본주의에 해당한다. 최근 부상하는 공유가치창출(CSV)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예컨대 네슬레는 커피 생산지역의 종업원들에게 커피 생산에 필요한 경작·비료·관개 등 전반에 걸친 기술과 교육을 제공해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하면서도 품질 좋은 커피 생산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전체 이익의 극대화가 자기 이익의 극대화 안에 편입되도록 하는 것, 그 밑바닥엔 사람들의 인(仁)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본주의의 기본 이론과 역사, 폐단, 그리고 공자의 사상을 쉽게 강의식으로 설명해 경제나 공자 사상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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