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중소기업ㆍ농어민 등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과 지급보증에 적극 나서 한국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기업은행 및 농협ㆍ수협ㆍ우정사업본부ㆍ우리은행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업무를 취급하지만 시중은행과는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누스'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영리추구가 목적인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이윤과 함께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공금융의 역할을 있어 한국 경제를 묵묵히 떠받치는 진정한 '수호천사'라고 불리고 있다. ◇서민경제위기 극복의 선봉장=정부의 서민경제 및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에 부응해 우리은행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과 같으면서도 다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우선 수출보험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무역금융 부문에서는 총 3,000억원 한도 내에서 100% 무역금융보증서를 발급하며 신청업체에 대한 대출금리도 0.5%포인트 인하했다. 또 수출환어음매입(NEGO) 보증 부문에서는 신청업체에 100% 보증서를 발급하고 환가료도 0.5%포인트 내렸다. 역(逆)전세난 해소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12일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역전세지원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한 데 이어 역전세 지원을 위한 담보대출 상품인 '역전세지원 담보대출'을 추가로 출시했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역전세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세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또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7조3,000억원의 운전자금 대출을 상환 없이 모두 연장해주는 등 유동성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의 영원한 동반자=시중은행들이 경기불황을 이유로 중소기업 대출을 회수하고 신규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진리를 기업은행이 경영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기업은행이 캐치프레이즈를 '이제 중소기업이다'로 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기업은행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채용인원 1명당 연 100만원 수준의 수수료와 이자를 감면해주고 있다. 또 '기업은행 잡월드(Job World)'를 운영해 인턴사원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는 급여 등을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초기 고용부담을 완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또 은행권 최초로 소액예금을 우대하는 '서민섬김 통장'을 지난해 4월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만도 27만건, 금액으로는 6,600억원을 유치했다. 고액예금에만 고금리를 제공해온 은행권 관행에서 탈피해 서민층의 소액예금에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공기업들과 공동으로 상생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을 측면지원하고 있는 것도 돋보인다. 기업은행은 한국마사회가 중소기업 지원에 써달라며 무이자로 예치한 자금 500억원에 자체 자금 500억원을 추가해 총 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상생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무이자 예치에 따른 수익 전액을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하고 신보는 이를 토대로 상생펀드 1,000억원 중 200억원에 대해 100% 전액 보증한다. ◇농민을 위한 은행=농협은 농업인은 물론 서민 금융지원에 주력하며 위상을 높이고 있다. 농협은 경기불황에 신음하는 농촌 및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올해 농축산경영자금ㆍ농업종합자금 등 7조2,000억원의 농업정책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500억원 규모의 농업펀드(PEF) 2호를 조성하고 1,000억원 규모의 '수출 및 규모화 사업자금'도 신규로 지원한다. 농협은 농민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현행 70~90% 수준인 부분보증을 95%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며 농업인 재해공제금액도 지난해 529억원에서 올해에는 580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농협은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도 한판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5조5,000억원 수준인 개인고객 총수신을 올해에는 51조원으로 확대하고 총여신도 59조3,000억원에서 올해에는 63조8,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업고객의 경우 올해 총수신은 50조원, 총여신은 25조원으로 책정했다. 보험 분야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2조2,200억원 수준인 보장성보험료를 올해에는 2조4,500억원으로 10% 이상 끌어올리기로 했으며 신용카드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128만명인 회원 수를 올해에는 1,180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수수료도 이 기간 동안 9,760억원에서 1조25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취재팀=이병관차장(팀장)ㆍ서정명ㆍ우승호ㆍ문승관ㆍ김영필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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