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정 JP모간 한국 대표 "국내기업 해외 M&A 이제 시작" 대기업들 관심 높아져 내년에 3~4건 가시화새 사업 진출 노린 M&A는 위험… 자제해야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은 이제 시작입니다.” 국내에서 M&A업계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임석정(사진) JP모간 한국 대표는 “그동안 삼성과 같이 M&A에 무관심했던 대기업들도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대한 욕구를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대표는 또 “국내 M&A 시장은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들의 M&A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이제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며 “굵직한 국내 M&A건은 하이닉스ㆍ우리금융지주ㆍ대우조선해양ㆍ대한통운ㆍ현대건설 정도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서너 건의 인수합병 사례가 있었지만 이제는 해외 M&A가 더 중요해 질 것”이라며 “아직 해외 M&A는 걸음마 단계지만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질 수록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JP모간은 현재 국내 몇몇 기업의 해외 M&A업무 자문을 맡아 진행중”이며 “내년이면 서너 건의 국외 M&A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최근 해외 M&A를 성사시킨 기업들이 업계에서 찬사를 받고 있지만 자칫 공격적인 M&A는 회사의 수익성을 악화 시킬 수 있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M&A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며 “오히려 기존 핵심 비즈니스를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는 M&A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심 비즈니스와 관련 있는 신기술이 있는 기업, 새로운 시장 개척 도움이 되는 기업, 브랜드 인지도가 있어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게 적당하다는 설명했다. 실제 이런 점을 간과한 채 90년대 해외 M&A에 나섰던 국내 대기업들은 뼈아픈 실패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4년 미국의 AST를 인수했다가 핵심인력 이탈로 공장이 폐쇄돼 쓴맛을 보기도 했다. LG전자도 지난 95년 미국 가전업체인 제니스를 사들였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임 대표는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외에 IB업무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임 대표는 “어느 나라에 어떤 회사가 매물로 나왔는지 매물정보부터 최신 산업 동향까지 뉴욕, 런던, 홍콩 등 JP모간의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며 “이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M&A제안이나 딜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글로벌 인프라가 깔려 있어야 경쟁력 있는 IB업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점에서 규모가 아직 작은 한국 증권사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이즈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미래에셋과 맥쿼리를 들었다. 그는 “이들 회사는 후발 주자들이었지만 자산운용과 부동산개발투자라는 분야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다른 증권사들의 성장 전략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노릴 수 있는 분야로 자산운용과 파생상품 분야를 꼽았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상품 개발이 더욱 자유로워지면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을 묶어 구조화된 상품을 기관이나 개인에게 팔 수 있게 된다. JP모간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올해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 임석정 대표는국내 주요 M&A 잇단 성사… 자타 공인 '미더스의 손' 임석정 대표는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미더스의 손'이다. 2003년 이후 국내 주요 M&A 딜(금액기준)의 70%가 그의 손을 거쳤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LG카드 매각에서는 매각주관사를 맡았고, 대우건설 매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자문사로서 회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제일은행, 한미은행, 조흥은행, S-오일 매각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기업들의 아픈 곳, 가려운 부분을 먼저 알고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국내 IB인력들은 국내 개별 회사에 대한 리서치 뿐만 아니라 홍콩, 런던 등 전세계적인 지사에 포진해 있는 IB인력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종합솔루션'을 들고 고객사를 찾는다. M&A 매물도 먼저 고객사에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회사가 매물로 나오는데 이 회사를 인수하면 고객사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설득하고 자금 조달 방법까지 연구해서 제시한다. 일례로 금호그룹에 대우건설 매입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으며 최근 대우건설 빌딩 매각까지 JP모간에서 도맡아 처리했다. 그는 "아침에 출근하면 늦게까지 야근하다 퇴근 못한 직원들이 내 사무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IB분야에 입문하고 나서는 약 5년간은 하루 15시간씩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집에 못들어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JP모간 사옥에는 샤워시설도 갖춰져 있다. IB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임 대표도 호된 훈련 과정을 겪으며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95년. 당시 2명으로 시작한 JP모간 서울지점은 현재 총 4개 법인(증권, 은행, 선물, 자산운용)으로 확대됐고, 약 25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 임 석 정 JP모간 한국 대표 이력 ▦ 60년 서울 출생 ▦ 83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 85년 조지워싱턴대 MBA ▦ 87년 뉴욕 키더 피버디사 입사 ▦ 89년 뉴욕대 MBA ▦ 89년 뉴욕 살로먼 브라더스 증권 부사장 ▦ 95년 JP모간증권 서울 지점장 ▦ 98년 JP모간 한국 대표 입력시간 : 2007/11/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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