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타는 등 증시 분위기가 호전되자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들이 잇달아 공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모에 나서는 스펙들은 원금이 보장돼 리스크가 크게 줄어드는 등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8월중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스팩은 하나그린스팩, 에스비아이앤솔로몬드림스팩, 에이치엠씨아이비제1호스팩, 이트레이드1호스팩, 교보케이티비스팩, 대신그로쓰알파스팩,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 등 모두 7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교보케이티비, 대신그로쓰알파, 한국투자신성장1호 등 지난 상반기에 이미 한 차례 공모에 나섰다가 증시 상황 악화로 공모를 철회했던 3곳이 포함돼 있다. 좋아진 증시 상황에 따라 스팩 공모가 일시에 쏟아진 만큼 이들이 내건 투자조건도 기존 스팩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 먼저 이들 스팩은 공모 자금을 금융회사에 예치하는 비율이 모두 100%에 이른다. 스팩은 3년 내 기업 인수ㆍ합병(M&A)이 무산되는 상황을 대비해 투자자금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존 스팩들의 경우엔 예치율이 95%~97% 수준에 불과했다. 이 경우 스팩 청산시 주주들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이자수익까지 감안해도 투자원금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100%를 예치할 경우 스팩이 M&A에 실패하더라도 원금과 함께 은행 이자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스팩들이 앞다퉈 예치율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현상은 이달 상장된 신영스팩1호와 한화SV스팩1호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영스팩1호와 한화SV스팩1호는 스팩에 대한 인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업계 최초로 공모 자금 예치율을 100%로 끌어올려 증시상장에 성공한 바 있다. 실제로 교보케이티비스팩(97%), 대신그로쓰알파스팩(95%),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96%) 등은 지난 5~6월 공모 철회 당시엔 모두 예치율이 100% 미만이었다. 주당 장부가치 희석비율이 크게 낮아진 점도 투자자들에게는 유리하다. 희석비율이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식을 갖는 공모전 주주의 지분 때문에 공모주주의 지분 가치가 낮아지는 비율을 의미한다. 하나그린스팩의 경우 희석률이 8.35%에 불과하고,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13.69%)의 경우 첫 번째 공모 시도 당시(14.65%) 보다 희석률을 1%포인트 가까이 낮췄다. 국내 1호 스팩인 대우증권스팩의 지분희석률(16.68%)을 넘는 곳은 한곳도 없다. 하지만 좋은 투자조건 제시에도 불구하고 스팩 공모가 지나치게 단기간에 몰리면서 개별 스팩의 투자매력은 되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기인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좋은 공모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렇게 많은 스팩이 한꺼번에 공모에 나선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며 “경쟁이 과열되면서 오히려 스팩에 대한 인기가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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