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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청계천 복원과 소시민 정서
입력2003-07-18 00:00:00
수정
2003.07.18 00:00:00
청계 고가도로가 사라진다. 예전엔 삼일고가라고도 불렸던 개발시대의 대표적인 서울의 상징이 이제 사람들의 추억과 역사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처음엔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하다가, 청계고가가 청계천이 되는 서울시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현실화 되는 것을 보니, 도심 한가운데로 청계가 흐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면서도, 한편으론 없어져도 별 탈이 없을까, 교통대책은 세워져 있는 걸까라는 남들 다하는 걱정을 한적이 있다.
사실 흉물스러운 시멘트 고가도로 보다는 맑은 물이 흐른다는 청계가 미관상으로나 도시생활 조건으로나 훨씬 그럴듯하다. 그러나 당장 교통불편부터 걱정하는 나는 소시민임에 분명하다. 청계천 복원에 대한 국가적 혹은 사회적 장기적 전망을 떠나 자신과 관련된 현실적 득실을 먼저 따져보는 인지상정의 인간인 것이다.
이제 5년 뒤, 혹은 50년 뒤 청계고가는 어떻게 평가되고, 기억될까. 또 깨끗한 하천으로 돌아온다는 청계천은 우리의 미래 속에서 어떻게 자리하게 될까. 우리 각자가 청계고가에 대해 언급했던 수많은 생각과 말들은 어떤 현실과 만나게 될까. 우리가 청계고가도로에 갖게 되는 수많은 감정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각자의 진실은 무엇일까.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모르나, 언젠가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 말합니다. 이날의 이 실망, 이 갈등, 이 오해, 이 성취감, 이 기쁨, 이 만족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이것들은 계속되는 나의 자기 해석과정에서 어떻게 변할 것인가?` 라는.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건들과 맞닥뜨리게 되고, 원치 않아도 자신의 설익은 생각들을 밝혀야만 할 때가 있다. 사회적 관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또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그렇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해, 명료하게 답할 수 있는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오히려 젊은 시절, 다소 맹목적이기까지 했던 열정들이 몸과 마음을 지배할 때가 세상은 훨씬 더 명쾌하고 분명했던 듯하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변화에 접하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생활의 조건들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정작 발견하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평온한 표정의 이기적인 소시민임을 인정해야 할 때가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른 이의 희생은 대의를 위해 묵인하지만, 정작 자신의 사소한 이익(?)은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힘들어 보인다. 그러한 미래를 위해서는 인간적 진실 이라는 인지상정 속에 감춰져 있는 소시민의 나약함이 극복해야 할 악이 아니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성악설을 주장했던 누군가는 그래서 계몽을 이야기하고 교육을 이야기했던가. 그러나 선생이 많고, 몸으로 살아주는 이는 드문 시대에 누가 누구에게 양보와 배려, 그리고 희생을 가르칠 수 있을까... 청계고가가 없어진다는 생각이 이렇듯 때아닌 구차한 자기변명으로까지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할 줄은 몰랐다.
<김옥랑(동숭아트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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