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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팽목항 못떠나는 권오복씨 "동생 가족 시신이라도 수습했으면 …"

어린 조카만 홀로 구출됐지만

직계가족 사망 확인 안됐다고 생활안전자금 아직 못받아

"정부정책 달라진게 없다" 한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휘날리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인 권오복씨가 동생과 조카의 시신이 인양되기를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이호재기자

지난해 4월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팽목항을 떠나지 않고 실종자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동생 권재근씨와 조카 혁규군의 시신을 기다리는 권오복(61)씨다. 권씨의 동생인 재근씨는 베트남 출신 아내 한윤지씨와 아들 혁규군, 딸 지연양과 같이 제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세월호에 승선했다.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던 순간 단원고 학생의 도움으로 당시 다섯 살이던 지연양만 홀로 구출됐고 한씨는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일주일 되던 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재근씨와 혁규군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9명의 실종자 명단에 올라 있다.

권씨는 팽목항에 가장 오래 체류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이다. 지난해 4월16일, 생업도 포기하고 진도에 내려온 뒤 1년간 진도 실내체육관과 컨테이너 건물에 머물고 있다. 치아 치료를 위해 목포 병원을 오가는 것을 제외하면 진도를 떠나지 않았다. 그가 머무는 방 안에는 약봉지가 가득했다. 동생과 각별한 사이였던 권씨는 어린 조카 지연양만 남긴 채 떠난 동생 가족의 시신이라도 수습하기 위해 슬픔이 가득한 팽목항을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권씨에게 현재 가장 힘든 점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넉넉한 형편도 아닌데다 정부지원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생활안전자금, 1인당 구호비 등을 지원했지만 권씨는 물론 지연양도 그 대상이 아니다. 직계가족이 지원신청을 하거나 직계가족이 다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친척이라도 신청할 수 있는데 지연양 어머니의 사망은 확인됐지만 아버지가 여전히 실종 상태이기 때문이다. 홀로 생존해 고모와 살고 있는 지연양으로서는 아버지의 사망이 확인돼야만 생활안전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처지다.

권씨는 "지난해 여야 정치인들이 내려와서 불합리한 제도이니 당장 바꿀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하더니 깜깜 무소식"이라며 "정부는 직계가 아닌 가족에게 지급한 전례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느니 동생 시신을 찾기 위해선 세월호가 빨리 인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배상 및 보상 방안을 밝혔지만 지연양은 또다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연양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 가(假)사망처리를 한 뒤 가정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권씨는 "우리는 2촌이어서 보상금을 갖지도 못한다"면서 "조카가 잘 크려면 안정적인 자금이라도 빨리 지급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이없는 정부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실종자 수색을 공식 중단하면서 팽목항 실종자 가족에 대한 지원도 중단했다. 팽목항에는 권씨를 포함해 실종자 9명의 가족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다. 또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도 며칠간 머물다 가기도 한다. 팽목항에 머무는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전국에서 보내오는 기부물품으로 버티고 있다.

권씨는 "9명의 시신이 아직 안 돌아왔는데 누군가는 이곳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세월호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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