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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한은, 금리 논쟁 2라운드 준비
입력2005-09-14 09:35:21
수정
2005.09.14 09:35:21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다음달 콜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 발언에 대해 재정경제부 당국자들이 잇따라 이견을 표출하면서 촉발된 재경부와 한은의 갈등이 13일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칙론적 입장 표명으로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하다.
그러나 금리인상 문제를 두고 두 기관사이에 확연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조정의 준거가 될 8월과 9월의 경제지표가 이달말부터 잇따라 발표되면서 또 한차례 금리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정책의 목표인 물가 수준에 큰 시각차
한 부총리는 13일 정례브리핑에서 "금리문제와 관련해 한은과 금통위의 결정을존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한편으로 "금리를 조정하는데 최우선 고려사항은 물가안정"이라고 언급,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임을 들어 금리를 올릴 상황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한은은 동의하지 않는다.
박승 총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 금리정책에 있어 물가가 가장 중요한 요인임은 틀림없지만 현재 세계적인 저물가는 중국이 값싼 공산품을 공급하는데 따른 위장된 저물가"라면서 "따라서 물가에 맞춰 금리정책을 조정하면 맞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 부총리가 "물가 안정을 기본목표로 하고 있는 금통위와 한은이 다른 요소를 감안해서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금통위와 한은이 여러경제지표에 따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 물가 이외의 고려요소를 들어 금리를 인상하려는데 대해 신중론을 폈다.
한은은 `위장된 저물가'를 이유로 통화정책 수단을 묶어둘 수 없으며 저금리에따른 폐해, 즉 자금배분의 왜곡과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이참에 좀 올려놓자"..재경부 "아직은 곤란" 한은이 당장은 아니겠지만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는 통화정책의 유효성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괜찮은데다 경제의 체질이 금리인상을 감내해낼 수만 있다면 금리를충분히 올려놔야 하며 그래야만 향후 경기하강기에 금리를 다시 내려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연 3.25%인 콜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이며 이러한 상태로 정책금리가 장기횡보할 경우 앞으로 경기하강기에는 통화정책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한은의 고민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경기하강기에 통화정책의 효용성을 걱정할 만큼 지금이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경기회복세도 확실치 않은 마당에 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가는 일본이 통화정책의패착으로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했던 것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 재경부의 시각이다.
◇8,9월 경제지표가 최대 변수
두 기관 모두 `경기 회복이 본궤도에 들어섰다는 확신이 선다면 금리를 올릴 수있다'는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다.
물론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지만 앞으로 발표될 8월산업활동동향과 서비스산업동향, 국제수지 등 각종 경제지표들에 따라 금리인상에대한 두 기관의 입장이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8월 경제지표에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이 7월지표보다 더욱 좋게 나올경우 한은의 금리인상론은 더욱 힘을 받게 마련이며 이로 인해 10월초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8월의 경기상황에 대한 몇가지 추계치는 7월에 비해 그렇게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한은이 금리인상 조치를 충분히 뒷받침할 만큼 확실한 경제성적표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달말과 다음달초 사이에 잇따라 나올 8월 경제지표가 애매한 수준으로 드러날경우 한은과 재경부의 금리논쟁은 2라운드로 접어들어 더욱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한은의 금리 결정권 존중" 입장 불구 속사정은 복잡 한은은 "통화정책은 한은의 고유 영역"이라면서 재경부가 금리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재경부가 "한은의 금리 결정권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돌아서서는 경기 상황을 이유로 들어 자꾸 금리 문제에 대해 토를 다는 것에 대해 한은은 `불쾌함'을 넘어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즉, 재경부 당국자가 최근 "금리는 금통위원들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 "금통위 종료 후 열리는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금통위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이라는 식으로 코멘트한데 대해 한은 집행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은의 한 간부는 "이러한 발언은 재경부가 마치 금통위원 개개인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것이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성토했다.
한은의 우려는 바로 재경부의 인사 영향력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금통위원들이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고민할 때 한은 총재가 이들을 위해 외부에 그껨灼?`자리'를 만들어줄 능력은 없으나 재경부는 `자리'를 알아봐 줄 수 있는 우월적 입장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재경부가 한은을 산하기관으로 여기던 과거의 습성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금리정책을 둘러싼 한은과 재경부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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