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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어느 날. 수도권에 사는 회사원 강모씨는 차량 주유를 위해 오랜만에 주유소를 찾는다.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차량이어서 집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휘발유는 월 1회 정도 주유한다. 더욱이 화석연료에 붙는 탄소세가 높아져 휘발유 소비는 최대한 줄이는 게 득이다. SK에너지가 예상하는 오는 2020년 운전자들의 에너지 소비 형태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들이 휘발유ㆍ경유 같은 석유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정유사들도 변신을 서두르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 의해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전통적 제조업이자 생산량의 50% 이상을 해외에 팔며 수출효자 역할도 하고 있는 한국 정유사들은 각자 전략에 따라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단순히 저탄소 경제라는 흐름에 편승하겠다는 전략이 아닌 기업의 사활을 건 투자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회사의 미래상을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종합에너지 회사'에 두고 다각적인 노력을 벌여나가고 있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비전을 밝혔다. 이는 전형적인 굴뚝사업체로 인식되던 정유업체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을 창출하고 녹색에너지 시장을 선점해 미래형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하겠다는 각오다. SK에너지는 이 같은 변신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그린폴(green-pol) ▦그린카용 배터리 ▦청정 석탄에너지 ▦촉매이용 저온 나프타 분해기술개발 등을 핵심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집중적인 연구개발(R&D)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량과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2차전지는 해외 유명 완성차업체에 대한 납품 협상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이르러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밖에 석유개발사업 역량도 강화해 수익원을 다양화, 진정한 종합에너지 기업이 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GS칼텍스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적기에 완료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각종 비용을 줄여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배럴당 수익이 가장 높은 종합에너지 서비스 리더'로 자리잡겠다는 목표 아래 투자를 감행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5월 창립 42주년 기념식에서 "사소한 비용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 혼신의 힘을 다해 완벽하게 실행하려는 악착 같은 정신이 있어야 지속적인 코스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 측은 "적시적인 시설투자야말로 생산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시장 다변화, 수출 물량 확대 등의 전략을 구사해나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미래 준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총 3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 공사를 불황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비용경쟁력까지 더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와 함께 GS칼텍스는 장기적으로 하루 정제량의 10%까지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 아래 유전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연료전지,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용 탄소소재, 수소스테이션 등 미래 에너지 개발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S-OIL은 이미 선제적으로 고도화설비(중질유분해시설) 투자를 마쳐 안정적인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는 석유화학 부문을 강화해 미래를 준비할 방침이다. S-OIL이 미래 성장동력 준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는 합성섬유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PX)과 방향족(BTX) 설비를 2011년까지 2배 이상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석유제품보다 수익성이 월등해 2011년 이후에는 영업이익률이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S-OIL은 내다보고 있다. S-OIL의 한 관계자는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정유 부문이 확보한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에 석유화학 생산력을 더해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정유 부문 마진 악화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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