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저" 알고 보니… 충격 실체
코트라, 부실투성이 보고서 빈축"한국 중견기업 비중 세계 최저" 잣대 멋대로독일은 매출 20억~700억-한국은 1,500억 이상분류 기준도 없는 미·영·스웨덴 현황 분석 빈축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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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코트라(KOTRA)가 새해 벽두부터 잘못된 비교 기준을 앞세워 한국의 중견기업 비중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엉터리 보고서를 내 물의를 빚고 있다.
코트라는 2일 ‘주요국가들의 중견기업 현황 비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12개국의 중견기업 실태를 분석하며 “전체 기업 가운데 한국의 중견기업 비중은 0.04%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스웨덴과 독일 등은 중견기업 비중이 각각 13.2%, 11.8%에 달하는 등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더해 코트라는 전체 기업 고용 대비 중견기업 비중의 경우도 한국은 미국(5.2%)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7.6%를 기록하는 것으로 분석, 46.1%에 달하는 독일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코트라의 주업무인 수출과 관련해서도 한국 중견기업 수출 비중 (15.1%)은 일본(22%), 독일(18%) 등보다 낮은 것으로 봤다.
그러나 중소업계에서는 이번 코트라 보고서가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부실투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코트라가 중견기업 기준을 각 나라마다 자의적으로 서로 다르게 적용,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는 비판이다.
코트라는 보고서에서 ‘중견기업 강국’으로 묘사한 독일의 중견기업 기준을 연 매출액 100만 유로(한화 약 14억원)~5,000만 유로(한화 약 700억원)로 정의했다. 이는 3년 연속 평균 매출 1,500억원 이상으로 산업발전법상 기준을 잡고 있는 우리나라로 치면 중소기업에 속한다. 코트라는 한국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700억원 이하 기업들을 중견기업이라며, “독일 중견기업 비중은 11.8%”라고 억지 주장을 한 것.
전체 기업의 13.2%가 중견기업이라고 적시한 스웨덴 역시 코트라는 중견기업의 기준을 연매출 5,000만 유로 미만으로 잡았다. 또 중국은 매출 4억 위안(한화 약 680억원) 이하 기업을 중형중소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유사 구분이 존재“한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코트라는 또 한국의 상호출자제한 기업군에 속한 중견기업들을 모두 제외한 숫자인 1,400여개만을 놓고 비중이 0.04% 밖에 안된다고 주장, 한국 중견기업 비중을 유독 축소시키는 통계 왜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중견기업이 특히 적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예를 들면 30대 그룹에 속하는 중간 규모 기업들을 모두 무시한 셈이다.
이런 잘못된 기준에 따라 한국은 0.04% 밖에 중견기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매출액 1,500억원 미만 중소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의 45%, 기업수 99%, 고용 88%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놓고‘9988’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코트라가 미국ㆍ이탈리아ㆍ영국ㆍ네덜란드ㆍ스위스ㆍ스웨덴 등 공식적인 중견기업 분류 기준도 없는 나라들에 대해 중견기업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해 총 149페이지중 135페이지에 달하는 ‘각국별 중견기업 현황’을 수록한 점이다. 이와함께 코트라는 ‘시사점’에서 ‘중견기업 저변 확대를 위해 창업활동을 장려하고 중소기업들에 연구ㆍ개발(R&D)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재탕, 삼탕 수준의 원론적인 대안을 내놔 보고서 건수 채우기식 전시행정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대해 코트라는 이번 보고서가 다른 나라 정책과 비교하기 위함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독일 등 유럽은 중견기업 육성책이 잘 발달돼 있다고 해 이를 알아보자 한 것이 보고서의 취지”라며 “각국마다 중견기업 기준이 다른 만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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