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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홍콩 거래소 IPO 힘입어 '사업 다각화·M&A'로 글로벌 도약

[글로벌 자본전쟁-한국의 길을 찾는다] <6> 거래소 'IPO 날개' 달아라

국가간 합종연횡 전략 덩치 키워

韓, 공공기관으로 6년째 발목… 구조적 한계·규제에 성장 정체

순익 뚝… 세계적 흐름서 도태

"구조개혁, 경영 효율성 높여야"


지난 2013년 1월 오랜 경쟁 관계에 있던 일본의 도쿄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는 일본거래소그룹(JPX)으로 합병한 뒤 곧바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 거래소들 간 국경을 뛰어넘은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거래소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IPO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일본거래소는 글로벌화를 겨냥한 대대적인 쇄신 노력과 아베노믹스에 힘입은 증시 활황까지 더해지면서 아시아 대표 거래소로서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공격적인 상장 유치 작업 덕분에 일본거래소에 신규 상장된 기업은 통합 이전에 비해 70.5% 늘었고, 주식매매대금은 77.8% 증가했다. 매매대금과 신규 상장기업이 늘면서 일본거래소의 당기순이익은 통합 이전보다 무려 143%나 급증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일본 도쿄 현지에서 만난 일본거래소 관계자들의 얼굴에서도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6월 아시아거래소 가운데 가장 먼저 IPO에 나선 홍콩거래소(HKEx)는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며 IPO 이후 15년간 청산부문 수익이 10배 넘게 늘고, 매매수수료는 9배나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상하이거래소와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실시된 이후 홍콩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세계 6위 규모로 올라서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콩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거래소(SGX)도 이에 자극받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같은 해 11월 IPO를 실시한 뒤 이듬해 호주거래소(ASX)와의 교차거래를 성사시켰다.

이처럼 아시아 내 거래소들이 IPO를 계기로 글로벌 거래소로 도약하기 위해 숨 가쁘게 내달리고 있는 사이 한국은 경쟁의 장에서 철저히 소외돼왔다. 특히 한국 자본시장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공공기관으로 발목이 묶여 글로벌 경쟁에 나서기는커녕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에서 도태됐다. 2011년 세계 1위이던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각종 규제에 부딪혀 지난해 11위로 추락했고,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의 당기순이익은 2,602억원에서 456억원으로 급감했다. 거래소는 국내로 한정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매매수수료 위주의 단순한 수익구조 탓에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4%대에 머물며 홍콩거래소(24%)나 싱가포르거래소(35%)와 비교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이는 결국 라인, 쿠팡, 넥슨 등 국내 정보기술(IT)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증시 상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일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의 핵심으로 거래소의 지주회사체제 전환과 IPO 추진을 내놓았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내 대표 게임회사인 넥슨이 한국이 아닌 일본시장에 상장한 것은 한국거래소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성장이 정체돼있기 때문"이라며 "거래소가 국제적인 변화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고 선진화된 거래소로 거듭나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세계거래소연맹(WFE) 총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사이토 아츠시 당시 일본거래소그룹 최고경영자(CEO)도 "한국과 일본의 경제구조가 유사한 측면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거래소가 IPO를 하면) 거래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국이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세계 거래소들은 이미 오래전 IPO를 통해 무한 경쟁체제로 거듭난 뒤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사업 다각화를 앞세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륙간거래소(ICE)는 2013년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인수한 뒤 세계 최대 거래소로 거듭났고, 홍콩거래소는 2012년 런던금속거래소(LME)를 인수하며 '탈 아시아'를 꿈꾸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LSE)도 미국 기반의 자산운용 및 지수개발업체, 채권 전자거래플랫폼 등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해외 거래소들은 국경을 뛰어넘은 합종연횡을 통해 전 세계 자본시장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거래소가 이번에도 변화와 혁신의 기회를 놓친다면 거래소는 물론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그동안 해외 거래소들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한국거래소만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거래소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통해 거래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거래소 조직의 경영 효율화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 감소로도 연결돼 전체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손철 증권부 차장대우, 김현상기자(서울), 서민우기자(베이징·상하이·도쿄), 노현섭기자(자카르타), 송종호기자(뉴욕), 지민구기자( @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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