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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07 유통가 트렌드] 3. PL상품 싸고 유통·제조 갈등 "유통혁명" vs "제조업 기반파괴"이마트 "최고 40% 싸게… 가격혁명 기폭제"제조업체 "품질로 승부…자체 유통망 확보도"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유통혁명이냐, 제조업체 쥐어짜기냐' PL(자체 브랜드) 상품은 올 한해 유통업계는 물론 제조업체도 뜨겁게 달궜다. 특히 지난 10월 신세계 이마트가 PL상품 강화를 통한 유통혁명을 선언하면서 촉발된 유통ㆍ제조의 갈등은 '소비자 우선이냐, 제조업의 기반 파괴냐'는 논란을 야기시켰다. 이마트가 선보인 PL상품 가격은 기존 제조업체 제품보다 최대 40%까지 싸 초반 유통시장의 판 자체를 흔들었다. 6개 브랜드, 3,000개 제품을 PL상품으로 선보인 이마트의 위력은 '햇반', '코카콜라' 등 그 동안 시장 1위를 지켜왔던 제조업 브랜드를 누르며 새로운 시장질서를 만드는 듯 했다. 하지만 이마트 PL의 성공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PL강화에 따른 역효과로 제조업 브랜드 제품판매가 저조해지면서 이마트의 실적도 당초 기대 수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서 이마트의 PL강화는 유통업체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제조업체에는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PL상품, 가격혁명의 기폭제=이마트가 촉발한 PL상품 강화는 유통업체간 '2차 가격혈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저가격제', '1+1행사' 등의 가격정책을 펼쳐왔던 대형마트들은 자체상품 강화를 통한 가격정책으로 급선회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마트가 PL제품의 매출 비율을 2010년 23%로 끌어올리고 2017년에는 30%까지 높이기로 하면서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2010년까지 자체 브랜드 제품의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내년 경영전략에도 자체 브랜드 강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이마트는 12월 인사에서 전략 상품과 PL 제품을 책임 질 신상품개발본부를 출범시켰고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 '와이즐렉 프라임'을 100개에서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대형마트들의 이 같은 전략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유통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통 과정에서의 군살을 뺀 자체 브랜드의 상품 판매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이마트의 경우 품질만 보장된다면 PL상품의 소싱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중국 등 해외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업체,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는다"=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최근 "얼굴 없는 상품(PL상품)에 밀린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저가 제품인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상품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파고 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의 PL 상품 강화 이후 비상이 걸린 대형 제조업체들은 ▦차별화된 제품개발 ▦자체 영업력 강화 등을 통해 유통업체에 맞서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한국야구르트 등은 이미 자체 유통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제는 중소제조업체.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납품업체로 선택을 받는 중소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제조업체와 대형 유통업체간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한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또 "유통업체의 자체상품 강화는 제조업체간 무리한 가격경쟁을 야기해 품질 수준을 낮출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7/12/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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