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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씨 K2등정] "여기는 8,611m 정상…더 오를곳 없다"
입력2001-07-23 00:00:00
수정
2001.07.23 00:00:00
세계8번째 '神의 품'…'하면된다' 일깨워
박영석씨가 드디어 신의 품에 안겼다. 신들만의 영역으로 불리는 해발 8,000m이상의 산들을 오르기 꼭 10년. 신들은 박씨의 산을 찾는 뜨거운 정열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지난 10년동안 히말라야의 신들은 박씨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모진 고생을 내렸었다. '세계 신들의 어머니 에베레스트'는 그를 1,000m아래의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기도 했으며 그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하늘의 절대군주' K2는 지난해 박씨를 떼밀어냈다.
박씨는 가시밭보다 더한 고생을 묵묵히 감내했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 였더라면 그 험한 길을 절대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산에 대한 본능적인 그리움과 열정만으로 신들에게 다가갔다.
이젠 시험을 마친 것일까. 히말라야의 신들은 박씨를 위해 가슴의 한 자리를 비워줬다.
수없는 등반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박씨는 이제 신들의 품에 안주할 수 있게 됐다.
◇8,000m급 14좌 완등자의 대열에 = 박씨는 K2등정에 성공함으로써 8,000m급 14좌완등자의 대열에 당당하게 올랐다. 에베레스트뉴스닷컴등 세계적 산악매스컴들은 22일 박씨가 세계에서 8번째로 8,000급 14좌를 모두 오른 등반가(8,000ers)가 됐다고 일제히 타전했다.
그가 K2를 오르기 전 세계에서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라인홀트메스너(이탈리아), 예지 쿠쿠츠카(폴란드), 에라르 로레탕(스위스), 카를로스 카르솔리오(멕시코), 크리스토프 비엘리키(폴란드), 훠니또 오리아르자발(스페인), 세르지오 마르티니(이탈리아)등 7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엄홍길씨가 14좌를 모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엄씨의 14좌등정기록은 불행하게도 시샤팡마 등정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적인 인정을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박씨는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8,000m급 14좌를 완등하는 신기록을 작성하게 됐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14좌완등에 대한 국제적 공인을 받은 것이다.
◇14좌란 어떤 곳 = 8,000m급 14좌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8,848m)에서부터 14번째로 높은 시샤팡마(8,012m)에 이르기 까지 8,000m가 넘는 산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
아무리 숙련된 등반가들이라도 8,000m이상에 올라서면 의식불명이나 폐수종, 뇌수종등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발 8,000m이상을 죽음의 지대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평탄한 길도 아닌 암벽과 빙벽이 수도없이 버티고 있는 극한의 지대이다.
14좌 완등자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신들이 내리는 고역을 가슴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체력이 뛰어난 등반가라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8,000m이상에서의 등반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난 1950년 프랑스 원정대가 안나푸르나(10위봉,8,091m)를 첫 등정하기 전까지 이 고봉들의 정상은 '신들만의 영역'이었다. 히말라야에 대한 인간들의 도전은 19세기 말부터 시작되었으나 14좌는 2차대전이 끝날때까지도 산악인들의 희생만 요구할뿐 단 한 개의 정상을 내주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세계적 등반가인 마르셀 루에디,반다 루트키에비치가 마칼루(5위봉,8,463m)등정후 하산도중 폐수종으로 사망하는 등 수많은 산악인들이 14좌를 오르다 눈사태에 휩쓸리거나 실종되는 대가를 치렀다.
◇K2 어떻게 올랐나 = 박대장을 비롯한 등반대원들은 지난6월1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K2등반을 시작했다. 등반대가 본격적인 캐러반을 시작한 때는 같은 달 12일. 등반대는 3일후인 15일 캐러반의 전초기지인 스카루드에 도착하고 아스꼴리(16일)-졸라브릿지(17일)-우르드카스(21일)등을 거쳐 24일 베이스캠프를 구축했다.
이후 30일 해발 7,500m에 캠프 3를 설치할 때까지 순조롭게 전진했으나 악천후를 만나 전대원이 베이스캠프로 후퇴하는 시련을 겪었다. 특히 김민관대원이 캠프2(6,600m)에서 고소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베이스캠프로 후송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보름이상 베이스캠프에서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던 등반대에 기회가 온 것은 지난 18일.
폭설과 눈사태, 강풍등으로 대원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던 카라코람산군의 날씨가 화창하게 갠 것이다. 박대장은 좋은 날씨가 일주일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알파인스타일의 속전속결 등반을 명령했다. 박대장은 19일 베이스캠프를 출발, 21일 정상공격기지인 캠프4(8,000m)에 도착한 후 22일 새벽 1시40분 정상길에 나섰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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