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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 회복되고 있나] 업종전반 소비심리 살아난다
입력1999-04-05 00:00:00
수정
1999.04.05 00:00:00
연성주 기자
실물경기가 과연 회복되고 있는 것인가. 본지가 긴급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업종에서 다소간의 편차는 있지만 일단 소비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일부 업종의 호황에 불과할 뿐이라는 시각도 만만치않지만 일단 지표경기뿐 아니라 실물경기, 특히 민간소비심리 역시 바닥을 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각 부문별 실물경기 동향을 긴급 점검한다.내구소비재 자동차, 가전제품 등 전형적인 내구소비재들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올들어 소형차보다 준중형차이상 모델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가전제품 역시 고급형위주로 일부 지역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올들어 현대·대우·기아 등 자동차 3사의 내수판매량은 IMF사태이전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완성차 3사의 3월 내수판매량은 9만1,849대. 한달 판매량이 9만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97년12월이후 처음으로 IMF직전인 97년11월의 11만2,081대의 80%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올들어 EF쏘나타, 누비라Ⅱ 등 준중형급이상 차량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46%에 달했던 마티즈·아토즈·프라이드 영 등 소형차의 비중은 올들어 32%까지 떨어졌다.
현대자동차 여의도영업소 권오흠과장은 『지난해에는 하루에 3~4대가량 팔렸으나 최근에는 5대씩 팔리고 있다』며 『중형차를 사려는 고객들의 구입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동차판매가 늘어난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그동안 신차구입을 미뤘던 소비자들이 대거 차량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3사의 3월말 현재 재고는 현대가 1만6,000대, 대우가 1만5,000대, 기아는 1만2,720대 등 4만3,720대. 이는 재고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상반기 11만5,659대의 37.8%에 불과하다. 또 EF쏘나타 등 인기차종의 경우 한달이상 출고적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공장가동률은 연일 올라가고 있다. 3월평균 가동률이 현대 울산공장은 80%, 전주는 90%, 아산은 100%를 기록하고 있어 지난해 평균치 54%를 크게 웃돌고 있다. 대우는 부평과 평택공장이 70%, 창원은 150%로 지난해보다 20~3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기아도 화성공장은 89%, 소하리는 96%, 광주는 94%로 지난해 평균가동률 85%를 10%포인트이상 넘어섰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현재의 내수회복세가 지속된다면 당초 90만대로 예상했던 내수판매량을 110만~120만대로 상향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전=IMF 한파로 지난해 40%라는 초유의 시장 감소세를 보였던 가전 내수시장이 올들어 꿈틀대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업계는 전년대비 20% 정도의 성장을 보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IMF 이전의 70~80%수준.
특히 올들어 IMF 한파로 미뤘던 예비 부부들의 결혼 물꼬가 터졌고, 소득 양극화현상이 심화되면서 양문여닫이 냉장고 등 고가품 수요 증가 현상이 뚜렷하다. 올해 가전시장의 최대 특징이자 견인차.
올해 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인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중 고가제품인 양문여닫이 냉장고 「지펠」의 경우 8,800대로 100% 가량, 프로젝션TV인 「파브」는 6,200대로 140%의 괄목한 성장을 나타냈다. LG전자에서도 완전평면TV 「플라톤」이 목표대비 80% 늘어난 1만9,000대, 양문여닫이냉장고 「디오스」가 20% 증가한 9,500대로 고가제품의 증가율이 역시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같은 호황론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않은 편이다. 오종희 삼성전자 리빙플라자 선능점장은 『실제 경기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라며 『중산층이상의 가구밀집지역 정도에서 꿈틀댈 뿐 빌딩 밀집지역이나 중산층 가구밀집지역은 아직 찬바람이 불고 있다』며 경계론을 폈다. / 연성주 기자 SJYON@ 김기성 기자 BSTAR@SED.CO.KR
부동산 『60평형대를 청약해야겠어요. 입주할 생각은 없고 적당한 시기에 웃돈을 받고 팔 생각입니다.』
5일 용인에 짓는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보러왔다가 중개업소에 들른 金모씨(42·주부·서울 반포동)는 당첨되면 분양권을 팔 생각으로 연락처를 남겨놓고 나왔다. 이날 모델하우스에 들른 사람들 대부분이 김씨처럼 분양후 웃돈을 붙여 되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올들어 신규아파트 분양시장에 청약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주말 청약이 마감된 구리토평지구 아파트는 최고 109대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서울 2차동시분양에서 평당 1,000만원이 넘는 대형아파트가 높은 경쟁률속에 분양됐다.
청약열기는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수도권 아파트에도 계약금만 내면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도록 풀어준 것이 결정적이 계기가 됐다. 일단 계약금을 내고 나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 팔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시장도 주식시장 못지 않은 유동성을 확보한 셈이다.
이같은 분양열기는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더욱이 꽁꽁 얼어붙었던 기존 주택도 지난해 말부터 값이 오르기 시작해 서울 강남·목동 등지에서는 IMF이전의 90%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계속 오름세를 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할 수없다는 신중론이 압도적이다. 청약열기가 수도권일부의 특정 지역및 아파트에 한정되고 비인기지역의 경우 아직 미분양이 지속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의 분양붐은 가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실수요층이 튼튼하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주택업계의 판단이다.
중견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최근 급작스럽게 달아오른 신규분양시장만으로 부동산경기회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며 『인기리에 분양된 아파트들의 2~3개월후 분양권 전매가격과 수요 정도를 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학인 기자 LEEJK@SED.CO.KR
자금시장 금융부문에서도 경기회복 조짐이 완연하다. 우선 어음부도율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파악한 지난 3월말 현재 서울지역 어음부도율은 0.08%. 외환위기 이전인 97년의 0.19~0.41%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전국의 어음부도율도 3월20일 현재 0.10%로 92년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업들이 당좌수표를 이용한 실적을 나타내는 당좌대출 한도소진률도 3월말 현재 26.8%로 전년의 33.5%보다 떨어졌다. 이는 기업들이 단기 긴급자금 성격이 강한 당좌자금을 끌어 쓰지 않을 정도로 자금사정이 호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채시장에서도 5대그룹이 발행한 진성어음은 월 0.85%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4분기 전망치가 101로 나와 96년 3·4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선을 넘어섰다. 1·4분기 전망치도 73에 불과했었다. 외평채 가산금리도 하향안정세를 지속중이고 국내은행의 해외차입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97년말 89억달러까지 떨어졌던 가용외환도 3월말 544억달러에 이르는 등 거시 금융지표 전반에 걸쳐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가계와 개인의 자금을 모아 기업에 배분하는 금융시스템은 아직 정상 작동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돈이 기업 등 실물부문에 흐르지 않고 금융권을 멤도는 현상이 여전하다. 최근에는 시중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은행금전신탁이 3월 한달동안 5조6,000억원, 종금사 발행어음이 2조7,000여억원이나 감소한 반면 투자신탁 주식형수익증권에 1조8,000억원이 신규유입됐고 고객예탁금도 3월중 1조5,500억원 늘어났다. 구리지역의 아파트 청약열기는 과거 부동산 투기시대를 무색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안에 부채비율를 자기자본의 200%이내로 줄여야 하는 기업들이 금융기관 자금에 신규자금 공급을 요청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경기호전 기대와 기업 자금수요 감소라는 서로 상이한 재료가 맞물린 가운데 증시와 부동산 등 투기쪽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배분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우량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신용경색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완전한 봄을 맞기에는 아직은 얼음이 두텁다는 얘기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백화점 백화점·할인점에서의 소비는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지난 3월말까지 3개월 동안 롯데·현대·신세계·뉴코아·미도파·갤러리아·애경·경방·삼성·태화 등 10개 주요 백화점의 판매실적은 2조1,9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7년에 비해 17.1%, 지난해에 비해서는 23.9% 증가한 것이다.
10개 백화점의 97년 점포수 38개를 기준으로 볼 때 올 1·4분기 매출은 1조7,999억원으로 97년에 비해 4.2% 줄었으나 지난해보다는 9.0% 늘어났다.
특히 최근 백화점 매장에서 식품과 잡화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소비심리의 회복을 알리는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식품과 잡화는 일반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소비탄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패턴의 변화를 가장 잘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식품과 잡화의 판매증가는 할인점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을 찾던 중산층 소비자들이 식품·잡화의 구성비가 비교적 높은 할인점으로 대거 몰려 저가생필품을 집중구매하면서 할인점 매출이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과 할인점업계의 이같은 매출증가를 본격적인 소비심리 회복조짐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 백화점의 경우 점포수가 늘어난데다 백화점들이 최근 매출신장을 위해 바겐세일 등을 잇따라 실시하고 그 기간도 늘렸으며 각종 경품 및 사은품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쳐 억지로 소비촉진을 유도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또 고가품과 저가품의 매출차이도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다. 디자이너부띠끄나 수입 브랜드 제품의 판매는 지난해보다 10~20% 증가했으나 일반 브랜드가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캐주얼의류의 경우 10% 이상 줄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이 아직까지 진행중이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돈 쓸 여유가 있는 사람도 소비를 망설이고 있다』며 『주변 여건만 좋아지면 소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구동본 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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