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신용 모뎀을 결합한 고성능 통합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금도 통합칩을 만들고 있지만 통신용 모뎀 기술이 취약해 자사의 고사양 스마트폰에 미국 퀄컴 제품을 탑재해왔다. 최근 모바일 AP는 물론 모뎀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린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이후부터는 자체 통합칩을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자적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통해 '탈(脫)안드로이드'를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AP 분야에서도 '탈퀄컴'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올 4·4분기 양산을 목표로 모바일 AP와 통신용 모뎀 칩을 하나로 결합한 고성능 원칩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 통합칩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갤럭시S6 이후 모델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 과정서 모바일 AP를 만드는 SoC개발실과 모뎀개발실을 통합했다. 통합 부서의 수장은 강인엽 부사장이 맡았다.
통합칩을 쓰면 부품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그동안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부 중저가 모델에만 자체 통합칩을 장착했을 뿐 고사양 스마트폰은 전량 퀄컴에 의존하다시피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용 모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퀄컴은 모뎀과 모바일 AP를 묶어 함께 팔고 있다"며 "모뎀 기술력이 부족한 삼성전자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퀄컴 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최신 모바일 AP '스냅드래곤810'이 발열논란을 일으키자 갤럭시S6에 탑재하지 않았지만 모뎀은 여전히 퀄컴 제품을 쓰는 형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모바일 AP와 모뎀 기술력을 급속도로 끌어올리면서 성능면에서 퀄컴을 거의 따라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독자 모바일 AP인 '엑시노스7420'은 각종 성능테스트에서 스냅드래곤810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 모뎀 역시 전력효율과 안정성을 제외한 통신 지원 능력에서 퀄컴 제품을 앞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이 같은 자체 부품 기술력 향상과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 수주량 증가에 힘입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엑시노스를 장착한 갤럭시S6의 성공 여부다. 갤럭시S6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야 자체 모바일 AP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통합칩 개발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자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통합칩 개발 프로젝트명이 '몽구스'로 알려져 있다"면서 "자신보다 큰 코브라를 잡아먹는 몽구스처럼 삼성전자가 퀄컴으로부터 칩 분야 독립을 이뤄낼지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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