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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와 위안의 힘겨루기
입력2003-09-29 00:00:00
수정
2003.09.29 00:00:00
강동호 기자
■세계의 통화전쟁 하마다 가즈유키 지음/ 경영정신 펴냄
최근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선진국들이 중국의 위안화에 대해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중국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세계 `통화전쟁`의 조짐이 일고 있다. 선진국들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더 이상 참을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것이 주원인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 한국의 원화 역시 절상압력을 받아 대달러 환율이 속락함으로써 채산성이 악화된 일부 기업들이 한바탕 곤욕을 치루고 있다.
각국간 통화의 교환비율인 환율은 국력의 척도로 비유된다. 화폐를 통해 표시된 경제적 가치가 환율을 통해 대외로 이전하기도 하고 거꾸로 국내로 역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국 화폐가 고평가되는 것은 좋은 것이나 실제적인 경제능력을 초과하는 과대평가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을 어렵게 하고 수입을 늘려 국내 산업기반을 갉아먹는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되는 한국이 당분간 현재의 환율을 유지하려 하는 것도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환율의 급작스런 하락은 그러쟎아도 저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하마다 가즈유키의 `세계의 통화전쟁(Currency Battle Royal)`은 미국, 유럽, 일본과 떠오르는 아시아의 별 중국의 통화가 벌이는 파워게임의 양상을 심층적으로 고찰하고, 개별 국가들의 통화전략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ㆍ국가적 야심과 내막을 분석한 책이다. 냉전붕괴이후 `팍스 아메리카나`의 일극체제를 주도하고 미국의 달러, 소속국들의 많은 기대를 안고 새롭게 출발한 유럽의 단일통화 유로, 잃어버린 1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엔,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국제화를 통한 세계시장 석권의 야심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위안이 분석대상이다.
현재 세계 80개국 전략연구가 400명을 연결한 네트워크 조직 `국제미래과학연구소`의 대표로 있는 저자는 `21세기의 세계 통화전쟁은 필연적으로 힘이 빠지는 달러와 상승세인 위안의 대립을 축으로 전개된다`며 `위안은 때로 유로와 제휴해 힘을 축적하고 차차 엔을 집어 삼켜 아시아 공동 통화로의 길을 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통화전쟁은 무제한으로 여러 선수가 뒤엉겨 싸우는 `배틀 로열(Battle Royal)`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승자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각 국은 적극적으로 국제 정보를 수집하고 상대국의 전략을 이해하고 이들의 다양한 시도의 의미를 분석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최근의 중국 정부가 환율 인하경쟁에서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의지와 정치적 행동력이 있어야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1장 `달러 제국의 종언`에서는 성장모델의 붕괴, 군사력 맹신, 정의의 타락으로 바닥모를 심연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는 미국의 오늘을 분석한다. 끝없는 주가하락, 무역 및 재정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서 벗어나고자 세계를 상대로 교묘한 정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미국의 실체를 조명한다.
2장 `국제금융기구의 이면`에서는 파탄위기에 몰린 국가의 경제를 구제한다는 미명아래 IMF등 국제금융기구가 실시하고 있는 경제개혁 정책의 허와 실을 논한다. 저자는 `미 재무성의 대리인`이라 불리는 국제금융기구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의 목적이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고 상대국 시장을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3장 `유럽의 떠오르는 별 유로`에서는 유럽통합을 기치로 출발한 유로의 준비과정과 출범후의 상황을 돌아보고 앞으로 유로가 풀어야 할 과제와 전망을 분석한다. 영국의 불참과 독일 경제의 장기간 침체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외환준비고에서 유로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유로의 희망찬 앞날을 예고하는 것으로 본다.
4장 `중국의 위안은 현대판 만리장성`에서는 중국의 통화전략을 살펴보고 세계지배를 꿈꾸는 위안의 현주소을 알아본다. 위안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에 공통 통화로 유통시키고 동남아 국가들과의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통해 이 지역으로의 위안화 확대를 꾀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분석한다. 저자는 중국이 최근 미국등의 요구에 버틸 수 있는 것은 지난 수년간 달러가치의 하락을 내다보고 외환준비금에서 달러 비율을 낮추고 유로와 금의 비중을 높여 온 `준비된 정책`의 결과라고 판단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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