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여자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똑같이 7승씩 거두면서 올해의 선수가 됐다.
하지만 올해 두 선수의 행보는 완전히 다르다. 셰플러는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디오픈까지 시즌 4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반면 코르다는 아직 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여전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코르다가 시즌이 절반을 넘은 시점에서도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건 ‘미스터리’라고 할 만하다. 샷은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평균 타수만 봐도 그렇다. 작년 코르다는 69.56타를 기록해 69.33타의 지노 티띠꾼(태국)에 이어 평균 타수 부문 2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코르다는 69.69타를 기록해 69.24타의 티띠꾼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타수에서는 작년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기력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기복이 없다. 작년만 하더라도 16개 대회 중 3차례 컷 탈락을 했지만 올해는 11개 대회에서 컷 오프가 한 번도 없다.
버디 확률은 올해가 오히려 작년보다 더 좋다. 현재 26.07%의 코르다가 버디 확률 1위이고 25.20%의 티띠꾼이 2위다. 작년은 25.00%의 티띠꾼이 1위, 24.37%의 코르다가 2위였다.
우승이 없다 보니 상금 랭킹은 2위(439만 1930달러)에 올랐던 작년보다 4계단 하락한 6위(181만 8412달러)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올해 우승을 차지한 18명 챔피언 중 13명이나 코르다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
코르다가 올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타수 집중력’ 부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몰아치기 능력이 작년만 못하다는 것이다. 60타대 라운드 횟수가 작년에 비해 줄어들었고 특히 60타대 중반 스코어가 현저히 준 것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작년 코르다의 60타대 라운드 횟수 순위는 4위(36회)였다. 올해 현재 순위는 7위(20회)다. 몰아치기가 줄면서 중요한 순간에 우승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60타대 중반 스코어 횟수에서도 작년(63타 1회, 65타 4회, 66타 6회, 67타 8회)에 비해 올해(65타 3회, 66타 1회, 67타 7회)가 훨씬 적다.
또 올해 18개 대회 챔피언의 얼굴이 모두 다른 ‘이변의 LPGA’ 영향이 코르다에게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올해 코르다는 두 차례 2위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야 스타르트(스웨덴)가 정상에 오른 US여자오픈이었다. 스타르크의 평균 타수 순위는 119위(72.74타)다. 그런 선수에게 우승을 내줬으니 올 최대 이변의 희생자 중 한 명이 코르다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코르다는 가장 최근 출전 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앞두고 한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할머니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젊고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점점 나이 많은 선수로 변하고 있고 경쟁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코르다는 24일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ISPS 한다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에도 출전해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마침 가장 강력한 경쟁자 티띠꾼은 참가하지 않는다. 현재 세계랭킹에서 두 선수의 점수 차이는 0.28점에 불과하다. 코르다가 10.38점, 티띠꾼이 10.10점이다.
언제 순위가 바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미세한 점수 차이다. 69주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코르다는 과연 언제까지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여자골프가 또 한 번 요동칠 전환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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