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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양면성 그린 폭발적 춤사위
입력2003-09-25 00:00:00
수정
2003.09.25 00:00:00
박연우 기자
무대위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이 내려진다. 한 배우가 나와 “나는 절대로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내뱉고 들어가면 음악과 함께 영상이 보여진다. 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명한 초록물빛이 무대를 물들인다. 이 특별 제작된 스크린 속으로 무용수들이 뛰어들면, 영상은 하얀 물보라를 내며 무용수를 받아들이고, 그들이 마치 물속의 님프처럼 이 가상의 세계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나오기 시작한다. 무용수들은 쫓고 쫓기듯 스크린 속으로 뛰어 들었다가 다시 스크린 뒤쪽에서 현실의 무대 위로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며 강한 생동감을 선사한다.
생동감의 에너지는 거침없이 뿜어져나오는 무영수들의 동작에서다. 10명의 남녀무용수들은 서로의 몸을 거칠게 부딪힌다. 두 팔로 서로의 얼굴을 만지거나, 머리를 맞대는 동작에다 무대 바닥에서 몸을 45도 각도로 눕힌채 두 손을 얼굴 밑에 모아 회전하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괴성도 지른다.
초록 물속에서 수영하는 무용수와 돌고래의 모습, 등나무가 가득 자라있는 들판, 돼지와 개구리 등의 동물 등을 입에서 꺼내는 모습의 영상이 보여진다. 한참 후 한 무용수가 실제 개구리를 손에 들고 멀리 있는 관객을 위해 영상으로 개구리형상을 비춰준다.
벨기에 현대무용의 기둥을 이루고 있는 빔 반데키부스 안무의 `블러쉬`오프닝 장면이다. 2002년 초연돼 그동안 세계각지에서 60회 무대에 올려지고, 국내 처음 소개되는 `블러쉬`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은 기묘한 현상인가, 아니면 단지 화학적인 작용일까`등등의 물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데키부스는 세상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사랑과 죽음, 기쁨과 슬픔, 육체와 정신, 폭력과 시, 동물적인 야성과 우아함 등 양면적인 모습들의 대립과 대치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긴장과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벨기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사진작가이자 영화연출가인 반데키부스의 독창성은 동물적인 야수성, 폭발적인 에너지,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표현 등을 무용수들의 몸과 영화와의 접목을 통한 상승효과에서 온다. 공연은 26일부터 28일까지 LG아트센터서다. (02)2005-0114
<박연우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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