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노동자 절반이상 ‘신분불안’<BR>‘합법’은 44% 불과…알선 브로커도 여전히 기승<BR>“단속 대신 취업 우선권 부여등 합법화 조치 필요”
지난 2002년 8월 중국에서 입국한
서은화(가명)씨는 경기도 광명의 가발제조 공장에서 해외투자법인 연수생으로 일하다 이듬해 불법체류자의 길을 택했다.
서씨는 사업주가 월 350달러씩 주기로 한 임금을 출국할 때 준다며 계속 미뤄 생활이 곤란해지자 불법체류자로 전락,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서씨는 외국인노동자센터의 도움으로 체불임금을 받을 길이 열렸지만 임금을 받는 즉시 강제로 출국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결국 이를 포기하고 불안한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산업연수생 제도로 인해 양산돼온 불법체류자를 줄이기 위해 고용허가제가 도입됐지만 좀처럼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3만6,913명이었던 불법체류자는 지난 6월말 현재 19만6,578명으로 1년 반새 43.6%나 증가했다. 6월말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 35만5,000명 가운데 합법체류자는 44.5%에 불과한 실정이다.
불법체류자가 줄지 않으면서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주도 여전히 많아 고용허가제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적발된 불법고용주는 5,953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악덕고용주 279명은 형사고발됐다. 그러나 주요 공단지역에서는 손쉽게 인력을 쓰고 싶어하는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불법취업자를 알선하는 브로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무부는 고용허가제의 정착을 위해 올해 말까지 불법체류자를 16만6,000여명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는 5만9,276명의 불법체류자를 단속과 자진출국 유도로 내보낸 성과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 및 구소련 국적동포에 대해 6개월~1년 뒤 재입국 및 재취업을 허용하는 자진귀국 프로그램을 이달말까지 실시, 출국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용허가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6개 국가 출신 가운데 합법체류중인 근로자가 기한 내 출국할 경우 6개월 뒤 구직자 명부에 우선적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외국인 근로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이와 다르다. 국내에 체류중인 20여개국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양해각서(MOU) 미체결국인 중국, 네팔 등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출국하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MOU가 체결된 인도네시아 출신 근로자들도 자국내 문제로 근로자 송출이 지연되고 송출비리가 발생, 지난 6월부터 국내 입국이 중단돼 출국을 꺼리고 있다.
양혜우 이주노동자인권연대 대표는 “단속과 추방 위주의 불법체류자 대책은 전혀 실효성이 없다”며 “기존 한국 취업자에게 고용허가제 취업 우선권을 주는 합법화조치를 단행한 뒤 부족인력을 들여오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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