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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은 국내 벤처기업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합병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통합 NHN은 검색 포털과 게임을 넘어서는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이해진(사진) NHN 창업자가 지난 2000년 7월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전격 합병을 선언한 뒤 이듬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6일, 이 대표는 이제는 흩어지는 게 사는 길이라며 정반대의 결단을 내렸다.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NHN이 한게임 분사를 비롯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대대적인 변신을 선언했다. NHN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글로벌시장 공략과 모바일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실시하기로 했다. 게임사업부인 한게임을 상반기 중 분사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는 '캠프모바일'과 모바일 메신저를 전담하는 '라인플러스'가 100% 자회사로 설립된다. 캠프모바일과 라인플러스의 초대 대표에는 이람 NHN 서비스2본부장과 신중호 NHN재팬 이사가 각각 선임됐다.
새로 출범하는 한게임은 독립 법인으로 분리돼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사업을 총괄한다. 사옥은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오렌지팩토리로 결정됐으며 NHN 전체 임직원 2,600여명 중 600여명이 이동할 예정이다. 한게임 분사는 올 상반기 주주총회를 거친 뒤 확정되며 기존 NHN과 동일한 이사회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신설 한게임의 초대 대표에는 이은상 현 NHN 게임부문 대표가 유임되고 한게임 전략을 총괄하는 이사회 의장에 이준호(50) NHN COO가 승진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 COO는 국내 언어처리 및 검색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그동안 'NHN의 2인자'로 불려왔다. 그간 NHN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서비스책임자(CAO) 등의 주요 보직을 역임한 이 COO가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흩어져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이미 지난 4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NHN을 조기축구회 동호회쯤으로 알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며 NHN 임직원들의 안일한 자세를 질타해 화제를 모았다. 무한경쟁을 예고하는 글로벌 시대에 더 이상 함께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의장의 결단은 국내 포털 및 게임 업계의 위기론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NHN은 지난 2001년 합병법인 출범 당시 매출 296억원과 영업이익 108억원으로 시작했지만 2011년 기준 매출 2조1,474억원과 영업이익 6,204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간 급속한 성장세로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조직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의사결정 구조가 복합해지는 부작용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게임사업부인 한게임 역시 흑자는 내고 있지만 외산 게임의 선전과 모바일 게임시장의 부진으로 분기 매출이 1,600억원 안팎을 기록하며 정체에 빠졌다.
모바일 사업에 대한 위기감도 이 의장의 결단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NHN은 그간 모바일시장 공략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모바일 경쟁력의 핵심인 모바일 앱 점유율에서도 '네이버 앱'은 지난 2012년 4월 이후 '카카오톡'과 '구글' 등에 밀려 5위에 머물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황금알로 부상한 모바일 게임 역시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으로 대표되는 신생 업체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잇따른 게임 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네이버와 한게임의 분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NHN의 조직 개편은 한게임 분사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 빨라야 올 하반기쯤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내 포털시장은 물론 게임, 모바일 메신저 업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NHN 원년 멤버로 불리는 이해진 NHN 의장과 한게임의 신임 사령탑인 이준호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이의 경쟁 구도도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NHN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모바일 시대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포털과 게임사업 각각에 최적화된 의사결정 구조와 새로운 인사 체계,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NHN은 모바일 시대의 변화를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으며 건실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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