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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경제 손놓은 대책(사설)
입력1996-11-30 00:00:00
수정
1996.11.30 00:00:00
경기가 느낌대로 여전히 뒷걸음질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경상수지 적자는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고는 하나 기름값을 비롯해서 각종 공공요금과 개인 서비스요금이 일제히 뜀박질을 준비하고 있어 조마조마하다.한마디로 우리 경제가 암울해 보인다. 그렇다고 곧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경기침체의 장기화 조짐이 역력하다. 체감경기와 민생은 이미 한겨울이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리라는 희망이라도 가져야 의욕이 솟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하고 더 움츠러들게 된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3·4분기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6.4%로 93년 2분기 4.5% 이후 39개월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치로는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선진국의 3%대 성장률과 비교해서 나쁘지 않다고 정부는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성장률 수치만 놓고 평가하는 것은 허구다.
더구나 성장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 설비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실투성이다. 산업생산증가율 6.5%도 역시 93년 2분기 이후 최저수준이다. 그중 경공업은 3.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일부 과소비는 여전하지만 경기를 받치고 있던 소비 둔화가 뚜렷하고 서비스업도 뒷걸음질쳤다. 특히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생산은 했으나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여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경기를 끌고가던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중화학 제품의 재고가 두드러진다. 재고는 성장률 통계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6.4%성장률 수치도 경기 성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재고 누증을 감안하면 체감경기의 한기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재고는 결국 설비투자와 생산감축으로 이어져 불황을 가속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를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수출 부진이다. 상품수출증가율은 물량기준으로 8.3% 증가에 그쳤다. 전분기 증가율이 14.1%였던데 비하면 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금액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6%나 감소했다.
이에따라 10월중 경상수지 적자가 24억달러나 늘어 올들어 누적적자는 1백95억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동기의 2.3배에 이르며 국민총생산의 4%를 넘어섰다. GNP의 5%를 넘어서면 위험경고라고 하는데 연말이면 2백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외채부담 또한 이미 1천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측정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국내 경기 침체에다 수출마저 뒷걸음질치고 있어 안팎으로 곪고 있는 모양이다.
이같은 심각한 상황에 더 악화되리라는 신호가 울리는데도 정부의 대책은 안이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임기응변식 대응책이 아니면 구호성에 그치고 있다. 경쟁력 10% 높이기는 캠페인성 구호나 마찬가지고 경상수지 절반 줄이기 또한 현실성이 없다. 이 상황에서 무책이 결코 상책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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