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4%대 성장으론 '중진국' 못벗어나 [선택 2007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①경제성장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한국은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낮은 복지제도를 갖고 있다. 소위 복지병이나 영국병을 걱정한다면 이거야말로 기우다.”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성장과 분배가 같이 가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한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참여정부 기간 내내 ‘분배-성장’ 논쟁은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였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 심화는 소비 및 투자 위축, 경기둔화 등을 불러와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분배 구조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공감대도 지난 시절부터 형성돼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분배-성장 문제를 놓고 여전히 이념적ㆍ사회적 갈등에 빠져 있다. 해답은 없는 것일까. ◇“분배 구조 개선” 공감대 커지지만…=“한국 정부는 고령화 문제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의 조언이다. 이처럼 OECD 등 개방과 효율을 내세우는 국제 기구들마저 기회만 되면 한국에 대해 사회안전망 확충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8.7%(2001년 기준)로 OECD 평균(21.2%)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 28.5%, 영국 22.4% 등 유럽국가는 물론 일본 17.5%, 미국 15.2%의 절반 수준이다. 참여정부 들어 사회복지 지출이 빠르게 늘면서 지난 2005년에는 10% 내외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낮다. 이 때문에 성장ㆍ복지의 동반 성장론을 내세우는 측에서는 사회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등으로 인한 복지 수요 급증에 대비해야 계층간 타협과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흥종 대외경제연구원(KIEP) 유럽팀장은 “경제 정책은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어느 정도 감당하는 ‘사회적 경제정책’이 돼야 한다”며 “분배나 사회정책을 배제한 성장 우선주의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진국 진입 위한 성장률 제고도 절실=반면 상대적으로 성장을 앞세우는 측에서는 분배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본지가 인터뷰한 허버트 나이스 전 국제통화기금(IMF) 아태담당국장,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마커스 놀랜드 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은 차기정부의 최대 과제로 ‘빠르고 강한 성장’을 꼽았다. 한국이 지금과 같은 4%대의 성장률(참여정부 기간 연평균 4.25%)을 이어갈 경우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할 시점에 선진국들은 평균 5만달러 이상으로 도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현 경제 구조로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를 맞으면 오는 2030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성장률을 더 올리지 않으면 영원히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들은 특히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 확충만이 근본적인 복지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이 연 평균 11.3%씩이나 늘면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참여정부가 세운 복지 프로그램이 그대로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지출은 2030년에 GDP 대비 17.5% 수준에 이른다. ◇한국적 분배모델, 맞춤형 복지대책 세워야=“참여정부가 지지자 확보를 위해 분배와 균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마치 성장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비춰진 게 합리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성장이냐, 분배냐’는 식의 소모적인 접근은 끝내고 경제여건이나 국가 재정 등을 고려한 맞춤형 복지대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 복지제도는 전국민이 대상인 사회보험제도는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상황이다. 반면 공적부조 기능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실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약해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는 일부 사회복지제도를 개혁하는 한편 빈곤아동 대책 등은 강화하는 한국형 사회복지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며 “사회복지 지출이 재정 위기를 초래하거나 근로의욕 감소를 초래하면 경제성장이나 복지 체제 모두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세 증가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감안하면 복지 재정을 확충하는 게 여의치 않고 오히려 국민 부담 증가로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복지체제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기존의 예산 범위 안에서 빈곤탈출 대책 마련, 복지의 사각지대 제거, 일자리ㆍ교육 정책 개선 등 효율성을 높일 때”라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7/11/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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