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앞으로 더 오른다면 차라리 이 기회에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해야 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지난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변동금리 조건의 대출 장사를 해온 우리은행을 비롯, 시중은행들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반면 고정금리의 모기지론을 운용해온 주택금융공사가 금리를 인하하자 은행들에는 고객들로부터 고정금리로 바꿔 탈 때가 아닌지 하는 문의가 쏟아졌다. 9일 은행 일선 지점과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다음 금리인상 시점이 언제냐, 다른 상품으로 옮기면 금융비용 부담을 얼마까지 줄일 수 있는가” 하는 문의가 쇄도했다고 은행 관계자들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중금리가 전반적인 상승세이고 변동금리 조건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감안하더라도 금리변동이 없는 고정금리 방식의 모기지론으로 갈아타볼 만하다고 권고한다. 김은정 신한은행 PB팀장은 “금리 격차가 많이 줄어든 만큼 소득공제 혜택이 큰 근로소득자나 신규 대출자의 경우는 고정금리 조건의 담보대출을 선택해볼 만하다”고 충고하면서 “당장 옮겨타기보다는 향후 금리변동 추이를 봐가며 전문가와 상담을 받은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정금리 방식의 모기지론(보금자리론) 상품을 판매 중인 주택금융공사가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과는 반대반향으로 금리를 기존보다 0.3%포인트나 인하함에 따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내로 좁아진 점도 이 같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주택담보대출의 90% 정도가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된 대출이다. 은행들은 CD 금리에 자체적으로 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금리를 책정한다. 은행 측이 가산금리를 고정시켜놓아도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구조다. 우리은행의 경우 콜금리 인상 직후 가산금리를 각각 0.2%포인트 인상했으며 하나은행의 경우 투기지역의 다주택 보유자 등에 대해 0.5%포인트를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콜금리 인상분에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할 경우 최대 0.75%포인트까지 금리가 인상되는 셈이다. 반면 그동안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상품과의 금리 경쟁에서 뒤처져 있던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은 금리가 다음주부터 기존보다 0.3%포인트나 일률적으로 인하된다. 콜금리 인상분을 반영할 경우 0.55%포인트가 인하된 효과가 나타난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일부 은행들과 비교할 경우 체감되는 실제 인하효과는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은 이번 금리인하로 10년 만기 상품의 경우 6.3%, 15년 만기 상품은 6.4%, 20년 만기 상품은 6.5%, 30년 만기 상품은 6.55%로 금리가 하향 조정됐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은 아직도 은행 상품보다는 금리가 높지만 고객이 근저당설정비와 이자율할인수수료를 부담할 경우 각각 0.1%포인트씩 할인혜택을 받아 최대 연 0.2%포인트까지 인하를 받을 수 있다. 공사의 10년 만기 모기지론의 경우 연 6.3%의 이자에서 0.2%포인트를 추가 할인받아 6.1%까지 금리가 떨어짐으로써 은행권의 상품과 금리 차이가 거의 없다. 또 소득공제 대상 고객이 만기 15년 이상의 대출을 이용하면 추가로 연 1.0%포인트 이상의 금리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과세표준 4,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의 경우 실제 부담하는 모기지론 금리는 연 5% 초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공사의 모기지론은 대출한도가 3억원 이하이며 6억원 이상의 주택은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제한 요건이 있기 때문에 은행 상품과 금리 격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또 기존 대출에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대출기간에 따라 1~2%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정부의 부동산규제정책에 부응한다며 명목상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다양한 형태로 금리 할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번 인상 조치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모 은행의 경우 심지어 최저 4.6%에도 대출이 나간 것으로 안다”며 “은행들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 분위기가 지속될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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