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웰빙음식 관심 지속… 소용량·소포장 간편식 주목
유아용품, 고가 선호성향 주춤·실용성 높은 中價제품 인기
남성패션, 전통·품위 중시하는 '클래식 스타일' 유행 예감
여성패션, 영캐주얼 시장 30~40대 '아줌마 파워' 거셀듯 '편안·실속·스마트컨슈머(Smart consumer·현명한 소비자) 상품' 2010년 새해 주요 백화점 바이어들이 예측하는 소비시장 트렌드를 함축한 단어들이다. 바이어들은 소비시장 최전선에 있다. 바이어들이 백화점매장 마네킹에 어떤 스타일 옷을 더 자주 입히느냐 또는 어떤 메뉴로 쇼핑객들 입맛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길거리 풍경이 변하기도 하고 연인들의 먹고 즐기는 약속장소가 달라지기도 한다. 국내외 트렌드에 한발 앞서 움직이는 백화점의 승부사들인 이들이 전망하는 올해 소비패턴은 합리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에 맞춰져 있다. ◇식품·유아용품도 스마트컨슈머들이 주도한다=백화점 1위 롯데백화점은 다른 상품군 못지 않게 식품 트렌드에 민감하다. 다른 백화점과 가장 차별화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곳 바이어들이 새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라이프스타일(lifestyle)에 맞는 식품군들이다. 임준환 롯데백화점 CMD(선임상품기획자)는 "그동안 건강과 웰빙식품들에 대한 수요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젊은층, 독신남녀들이 편안하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소용량·소포장의 간편 식품군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이 기획하는 상품에는 생선 반마리를 반조리한 제품도 있다. 퓨전식이 아닌 전통 한식도시락도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마련할 예정이다. 메뉴는 비빔밥, 찌게 등으로 다양화하고 장맛까지 제대로 살려 6,000~8,000원대 가격의 한끼 식사가 되도록 식단을 짠다는 것. 젊은 여성층들이 선호하는 델리(베이커리·디저트류)도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크리스피크림도넛에 이어 지난해 미스터도넛도 입점시켰으며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찌크림이나 말랑말랑한 쿠키류인 엠꼼마카롱 등도 선보인바 있다. 이주은 롯데백화점 스넥 바이어는"스위트류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일종의 문화상품인 만큼 올해 더 다양한 컵케익등 고급디저트류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아용품은 패션 못지않게 유행을 탄다. 최근 몇 년동안 스토케, 퀴니 등 170만원대를 웃도는 세발바퀴의 고가 수입유모차가 시장을 주도했다. 실용성보다는 큰 바퀴에 독특한 디자인, 고가 프리미엄 제품이 선호되면서 젊은 엄마들 사이에 필수아이템으로 통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고가선호 성향이 새해에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성진 현대백화점 유아 바이어는 "사실상 고가제품들이 휴대 편리성이나 희소성 면에서 메리트가 사라졌다"며 "수입품이더라도 40만~50만원대 실용성이 높은 중가제품들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가 '백호랑이해'로 기운이 좋다는 속설에 힘입어 출산붐과 함께 엄마들의 정보교류가 시장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네이버 유아카페 '베이비맘스클럽'은 동호회원만 40만명에 육박한다. 오가닉(유기재배)유아복, 로션, 스킨케어들도 인기가 높아 보령메디앙스, 아가방등이 올해 오가닉제품들을 대대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패션, 편안과 실속이 대세=남성복시장 변화를 주도해왔던 신세계백화점은 새해 40~50대 남성 패션에 '클래식'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성복들도 유행에 민감할 수 밖에 없지만 전통과 품위를 추구하는 스타일도 트렌드 한 축을 이룰 것이란 것. 캐시미어원단으로 소재는 고급화하고 디자인은 투 버튼 스타일의 갈색 재킷에 보타이(나비넥타이), 레이스 달린 갈색 구두 등으로 다소 파격적이다. 재킷은 100만~200만원대로 잡고 있다. 이혜원 신세계백화점 바이어는 "최근 몇 년간 비즈니스캐주얼 시장이 큰 것처럼 남성복 시장도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유행을 쫓지 않고 전통과 가치를 중시하는 남성소비자들도 더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하반기 강남점 남성복 매장을 새로 단장할 때 클래식스타일 제품들을 편집매장 중심으로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합리적 소비와 편안함을 원하는 소비성향으로 남성복 시장의 캐주얼 바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바이어는 "의류업체들도 정장보다는 비즈니스캐주얼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중저가 제품으로도 멋쟁이로 거듭날 수 있는 스타일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해 여성 영캐주얼 시장은 아줌마 파워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캐주얼보다 가격대가 높고 디자이너 성향이 더 강하게 반영된 '영캐릭터'여성복시장에 머물렀던 30~40대 소비자들이 영캐주얼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상연 갤러리아백화점 바이어는 "10~20대를 타깃으로 했던 영캐주얼들이 30~40대 여성들도 소화할 수 있도록 옷 사이즈를 늘리고 잡화라인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영캐주얼 여성복도 과거 여성미를 강조한 프렌치스타일이 빠르게 쇠퇴하면서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편안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니트소재와 원피스 스타일이 봄 패션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급신장한 SPA(기획에서 판매까지 일괄소매의류업체)는 올 상반기 글로벌 패션의류전문점 H&M이 서울 명동 눈스퀘어에 국내 첫 입점하며 SPA시장에 가세하면서 젊은층 트렌드 주도권은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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