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방업계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영향으로 10년만에 찾아온 호황을 누리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일방직 등 면방업체들은 지난 상반기 해외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매출이 최대 30% 가까이 급증하는 등 두드러진 실적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앞다퉈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추가 투자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일방직은 올 상반기에 모두 1,072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8%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으며 전방도 같은 기간에 18% 성장한 1,5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경기 호황을 타고 전방, 태광, 국일방직 등 면방업체들은 2만~15만추 규모의 설비 증설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어 2015년까지 국내 면방설비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20% 늘어난 135만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침체에 빠져있던 면방업계가 이처럼 되살아난 것은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해 면사 공급부족현상이 심각해지며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인도나 파키스탄 등 주요 면화 생산지의 경우 연거푸 홍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재배면적의 3분의1이 잠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어 수출 제한조치를 내릴 만큼 면화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의류 판매는 회복세로 돌아서다 보니 늘어나는 소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심각한 수급불균형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산 원면을 미리 확보해뒀던 국내 업체들은 일찌감치 생산량을 늘려왔기 때문에 세계적인 작황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이상기후로 면화 최대 재배국이던 인도, 파키스탄의 면사 수출량이 급감했다"며 "국내 면방업체들이 이 같은 면사파동을 타고 10년만의 호황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면방업계의 경기 회복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원면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 면방업체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면화자문위원회(ICAC)에 따르면 2010~2011시즌 세계평균 원면가는 전년대비 14.8% 상승한 파운드 당 89센트로 예상된다. 지난 8일 현재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의 원면 12월 인도분 가격은 파운드 당 1달러를 돌파해 107.17센트를 기록했으며, 11일 현재 109센트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부터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원면 가격 상승분이 면사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데다 환율마저 요동치고 있어 갈수록 수출가격을 맞추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원면가격이 치솟고 있어 인건비, 물류비용 등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면서도 "다만 국내 업체들이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온 만큼 어느 정도 수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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