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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증시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을 이용해 주가를 띄운 뒤 팔고 빠져나가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퇴출이 확정돼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 종목은 모두 6개사에 이른다. 지난 달 31일 상장폐지가 확정된 이들 상장사의 퇴출 사유는 자본전액잠식. 누적 적자가 많아져 기업 자본이 바닥난 상태다. 한 마디로 빚만 있는 빈 껍데기 회사로 사실상 투자 가치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퇴출 확정 뒤 정리매매 기간 중 주가가 기업 가치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기업 가치 제로가 예상되는 종목이 정리매매 과정에서 급등세를 보이는 폭탄 돌리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엠엔에프씨의 경우 이날 장 초반 8.11%(6원)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3일째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 중앙디자인과 스톰이앤에프도 이날 장 중 1~6% 오르는 상승세를 보였다. 결국 이들 종목들은 급락세로 장을 마감했지만 장 중 한 때 1~8% 오르는 예상 밖의 흐름을 보였다. 이날 20% 이상 급락세를 보인 대선조선은 전일 29% 가까이 치솟은 바 있다. 특히 주식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상장폐지가 확정됐거나 우려되는 종목들의 주식을 사들인다는 내용의 글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주식매입을 부채질하는 장면도 목격되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제2 거래소가 설립된 뒤 00 종목이 재상장 된다’ 등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풍문을 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정리매매 기간을 악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남기고 팔아 치우는 폭탄 돌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정리매매 기간 중 나타나는 이상급등세만 보고 추격매수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연구원은 “폭탄 돌리기는 말 그대로 도박에 가깝다”면서 “대부분의 폭탄 돌리기는 정리매매 개시 뒤 이틀 정도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대부분 정리매매 중인 종목들의 주가가 백 원 미만일 정도로 낮아 소규모 금액 만으로도 주가를 올리는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를 이용해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안현덕 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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