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넘게 발전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술자의 판단은 냉정했다. 인도네시아가 풍부한 천연자원과 낮은 노동비용 등으로 투자 여건이 매우 좋지만 결코 쉽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두헌(61세ㆍ사진) 탄중자티 발전소 법인장은 "발전소 같은 장치산업 분야는 단기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발전소의 경우 적어도 5~6년은 기다려야 결과가 나온다"며 "투자 기업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으면 오히려 현지의 인심만 잃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설비투자 및 운영보다 당장의 비용회수가 가능한 건설 분야에만 관심을 쏟는 것에 대한 따끔한 충고였다.
이에 더해 우리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때에는 수익을 일부 나누더라도 독자적인 진출보다 현지 기업과 합작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인맥ㆍ관계 등을 상당히 따지는 민족이어서 관계를 잘 맺지 못하면 비싼 수업료를 낼 수 있다"며 "중부발전도 일본 스미토모나 현지 PJB(국영 인도네시아전력회사의 서비스회사)와 합작하지 않았다면 한국으로 돌아갔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일본 기업은 이미 인도네시아를 완전히 파악한 상태에서 전체 사업의 틀을 전략적으로 짜고 들어온다"며 "국내 기업도 사전에 인도네시아인의 일하는 패턴과 조직 등을 잘 파악해 들어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발전사업 현장에 이들을 보내달라는 흥미로운 제안도 했다. 이 법인장은 "20대에 외국어가 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아주 좋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에는 반드시 실무진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67년 한국전력에 입사해 2008년 정년퇴임했지만 이번 탄중자티 발전소 프로젝트를 맡아 현장에 복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