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외국인 대주주들의 반대로 정부의 ‘IT 839’정책의 주요 축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ㆍWiBro) 사업을 포기했다. 하나로텔레콤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핵심 수익기반인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와이브로 사업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대주주인 뉴브리지와 AIG 측은 시장전망이 불투명한 와이브로에 최대 1조원의 투자를 감행할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1월 KTㆍSK텔레콤과 함께 와이브로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오는 30일까지 일시 출연금 1,170억원을 납부할 예정이었다. ◇주력 사업 위해 휴대인터넷 포기= 하나로텔레콤은 앞으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쟁이 크게 격화될 것으로 보고 주력시장을 지키기 위한 ‘실탄 비축’ 차원에서 와이브로 포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저가상품을 앞세운 케이블TV 업계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데다 원가 경쟁력을 지닌 도매 사업자 파워콤이 오는 7월부터 초고속인터넷 소매업 진출을 가시화함에 따라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와이브로는 신성장 동력이라고 하지만 내년 상반기로 예저오딘 상용화 이후 언제 수익을 낼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3.5세대 이동통신인 ‘HSDPA’와 시장이 충돌한다는 점도 악재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하나로는 향후 2~3년간 시장의 변화를 지켜본 뒤 SK텔레콤 등의 와이브로망을 빌려 가상이동망사업자(MVNO)로 참여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와이브로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서 충분히 활성화됐을 때 설비투자 부담이 없는 MVNO로 나서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정통부 “와이브로 차질없다”= 하나로의 사업권 반납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일단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와이브로 활성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와이브로 단말기ㆍ장비 등 기술개발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며 KT 등 사업자들도 적극 준비하고 있다”며 “반납된 주파수는 희망자가 있을 경우 심사를 거쳐 재할당하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현행 법규상 사업권 반납에 따른 불이익은 없지만 행정비용 낭비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추후 페널티 규정 신설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KT는 SK텔레콤도 와이브로 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사업 활성화에 대한 부담을 홀로 지게 됐고, SK텔레콤은 하나로와 공동망 구축에 합의했던 만큼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는 정도의 반응이다. 한편 일찌감치 사업권 경쟁에서 이탈한 데이콤에 이어 하나로도 와이브로 포기를 결정함에 따라 이들이 향후 초고속인터넷ㆍ유선전화 등 주력시장에서 펼치는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로로서는 중장기 성장 엔진이 사라짐으로써 사업자간 인수합병(M&A)이 활기를 띠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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