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중국 수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허가를 얻어냈지만 수출을 재개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화웨이 등 자국 기업 중심으로 중국의 AI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엔비디아에 대한 경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글로벌 증권사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의 엔비디아 AI칩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66%에서 올해 54%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간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수출 통제로 고성능 AI칩인 H100의 중국 수출이 막히자 성능을 낮춘 대체용 칩인 H20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난 4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이조차 판매가 전면 중단됐다. 이후 미·중이 반도체와 희토류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해 상호 합의하면서 지난달 H20칩의 중국 수출길이 3개월여만에 다시 열렸다.
번스타인은 미국의 이같은 수출 통제가 중국의 AI칩 제조업체들에게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번스타인은 "미국의 최신 기술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화웨이, 캄브리콘, 히곤 등 자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고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AI칩 현지화 비율도 2023년 17%에서 2027년 55%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그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중국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막강한 경쟁자인 화웨이가 중국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잇따라 경고한 바 있다.
자국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수출 재개에 대응해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중국의 사이버스페이스 관리국(CAC)은 엔비디아의 H20칩에 대해 보안 우려를 제기하며 관계자를 소환했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럼은 "중국의 이같은 조치는 H20 구매를 고려하는 중국 기술 기업들의 의지를 꺾겠다는 목적"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복잡해지고 중국의 AI 기술 자급체제 구축이 가속화되며 엔비디아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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