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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총리의 도덕성
입력2002-08-04 00:00:00
수정
2002.08.04 00:00:00
이선(경희대 교수, 경제학)
지난주 장상 총리지명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올해 무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군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여야 의원들과 증인들 그리고 임명자의 치열한 공격과 반론과정을 거쳐 진행된 인사청문회의 결과로 지명자의 도덕성이 문제됐고 이로 인해 국정수행 능력을 따지기 이전에 국무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는 표결결과가 나왔다.
평생을 명문사학에서 교수로 봉직했고 총장까지 역임한 지명자가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어 임명안이 부결된 것은 청문회 내용의 시비를 가리기 이전에 대학총장과 국무총리라는 두 직책에 있어 도덕성의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사학명문의 대학총장이 되는 것은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총장의 임명절차는 비록 인사청문회라는 과정을 거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주위 교수들의 상식과 경험을 잣대로 해 지명자의 도덕성이 압축적으로 엄격하게 평가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부결의 결과는 지명자의 도덕성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데도 주위에서 감을 잡지 못했던가 아니면 대학총장과 총리라는 두 직책의 도덕성의 기준이 상이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제기된 문제의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문제됐던 도덕성 결여에 관련된 시안들을 들춰봐야 한다.
청문회에서 여러 가지 의문이 던져졌으나 문제의 핵심은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부동산투기 의혹과 장남의 국적문제로 압축될 수 있다. 몇차례의 주민등록 이전과 위장전입이 밝혀지면서 이런 일들이 도덕성 결여로 인정됐으나 이에 따른 부동산투기 의혹은 지명자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먼저 따져보고 밝혀내야 한다.
알뜰한 부부교수가 30년여 교수생활을 하면서 보통사람들의 재테크를 했다면 청문회에서 밝혀진 지명자의 재산을 과연 부동산투기의 결과로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복덕방에 물어볼 일이지만 총리로서는 문제가 된 것이다.
다음은 장남의 국적문제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자녀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명자와 유사한 경험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국적의 선택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착오와 무지 때문에 비슷한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도덕성에 상낯?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총리로서는 문제가 된다.
이번 임명동의안의 부결이 국무총리를 포함한 주요 공직의 직책을 맡기 위해서는 상식선에서 통용되는 도덕성의 잣대보다 더 엄격하고 세밀하게 검증돼야 한다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이번 청문회에서 얻은 값진 교훈을 투명하고 정의로운 신뢰사회를 건설하는 데 초석으로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며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할 일들이 있다.
먼저 국회는 의원들의 도덕성부터 자체 검증을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자체 검증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를 국회에서 집행할 자격이 없다. 도덕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단 말인가.
모일간지의 여론조사에서 총리인준 부결에 대한 찬성이 47%이고 지명자의 도덕성 결함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과연 유권자들은 동일한 잣대를 가지고 국회의원과 지방정부 수장들의 도덕성을 평가해본 일이 있을까. 또 그러한 검증을 위한 노력과 정보수집이 언론이나 다른 매체에 의해 전달되고 있을까.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안에 따라 도덕성 평가기준이 달라져서는 안될 것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때를 맞춰 총리임명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이제 대통령 후보들의 도덕성이 동일한 잣대로 검증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국회에서 표출됐다.
모든 대통령 후보들에 대해서 도덕성 검증부터 시작해야 한다. TV토론이나 언론매체를 통한 검증 이전에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모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며 이러한 정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알려져야 할 것이다. 총리임명동의안의 부결은 참으로 값진 교훈을 우리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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