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M&A 등과 관련 세제 지원안을 적극 마련하겠습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서울 구로동 벤처기업협회에서 벤처ㆍ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부처간 협업을 통해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가로막는 각종 정책 장벽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부총리는 “창조경제의 선두주자로서 벤처와 벤처캐피탈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2000년대 초반에는 창업에만 주안점을 뒀지만 이제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또 “벤처 투자자금의 회수와 재투자, 재창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벤처기업 M&A때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M&A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벤처기업을 팔 때 증여세를 면제해주거나 매수 업체에 법인세를 감면하는 내용 등 세제 혜택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엔젤투자, 벤처캐피탈과 같은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금융ㆍ세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는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대표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각 부처 관계자들이 정책방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벤처업계에서는 벤처 1세대로 꼽히는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정준 쏠리드 대표 외에도 창업 초기기업인 아이앤컴바인의 이민희 대표, 창업 재도전에 성공한 김만도 지에스피 대표 등이 참석했다. 또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최병원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 김홍일 아이디어브릿지 대표, 김일환 스톤브릿지 대표 등이 나와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날 건의사항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분야는 엔젤투자와 회수시장 활성화였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최근 창업 기피 풍조가 만연한 것은 사업에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기 때문인데 청년들이 융자부담 없이 창업하려면 엔젤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엔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투자금 회수후 재투자할 때 과세 이연제도를 마련해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중소벤처기업M&A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현재는 양수도가 아닌 증여로 판단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M&A후 3년이 지나면 인수기업들이 세금폭탄을 맞는다”며 개선을 주문했다. 김홍일 아이디어브릿지 대표는 “지금처럼 대기업이 수직계열화하고 하청을 주는 구조에서는 기술 M&A가 활성화될 수 없다”며 “중소 벤처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으로 만들어 대기업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스닥 시장이 기술 기업의 자금 조달 시장으로 제 기능을 하게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잇따랐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는 “코스닥시장이 한국거래소의 시장 본부로 재편되면서 상장기업들의 건전성은 좋아졌으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퇴출도 잦아져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미래 성장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코스닥시장을 분리해 고위험ㆍ고수익의 투자처로서 투자자들에게는 성과 공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기업은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게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은 현 부총리는 “현장을 찾는 이유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현장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학생으로서 벤처기업계의 선생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러 왔으니 앞으로도 많은 조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