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은 30일 여의도 전경련타워에서 열린 이사회 뒤 기자들과 만나 "(연임) 할 생각이 없는데 자꾸 물어보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허 회장은 간접적으로 전경련 회장직을 더 하지 않겠다는 겸양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재계 분위기는 허 회장의 연임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대안이 없는 탓이다. 이사회에 참석한 강신호 전 전경련 회장(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은 "할 사람이 없으면 (허 회장이) 해야겠죠"라며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한동안 허 회장의 후임으로 거론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아직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워 회장 후보군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전경련 회장직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대로라면 허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듯싶다"며 "본인이 생각이 있더라도 드러내놓고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전했다.
회장단도 마땅한 인물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회장단인 부회장 자리는 20명인데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 때문에 최소 두 자리 이상 수혈이 필요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각각 건강과 수감 문제로 활동이 불가능하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구조조정 문제로 전경련 활동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빈 회장단 자리에는 이중근 부영 회장과 이수영 OCI 회장, 장형진 영풍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윤세영 태영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룹 순위와 '한 집안 부회장 1명'이라는 기준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대부분도 부회장 추대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이런저런 이유가 많아 회장은 물론 회장단에 들어갈 총수를 찾는 작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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