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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인들의 대표적인 축제인 중소기업주간이 12일 개막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거창한 개막행사 대신 '중소기업 안전문화 확산 및 경제활력 다짐대회'가 첫날 열렸다.
중소업계가 한발 앞서 안전문화에 소홀했던 어제를 반성하고 내일의 현장에는 안전을 뿌리내리겠다며 뜻을 모은 자리였다. 시대적 소명에 능동적으로 나서는 중소업계를 보며 보호와 지원에만 의지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다하려는 성숙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장에서는 중소업계에 만연한 구태(舊態)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기술개발을 통해 수출길을 열기보다는 대기업 하청에만 연연하는 업체, '중소기업 정책지원'이라는 단맛에 길들여져 '기업 쪼개기' 등을 통해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업체, 정부 지원금 몇 푼 받겠다고 브로커의 상술에 놀아나는 업체 등등 각양각색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A사장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VIP 건강검진 프로그램에다 고급 레스토랑을 수시로 이용할 정도로 자산가지만 사업성과가 대외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매출액을 키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가 정신'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업이 잘되면 세무당국이나 기부단체가 찾아와 귀찮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번 만큼 세금을 내고 남보다 많이 가진 만큼 나누려는 생각은 아예 없다.
이렇듯 '피터팬 신드롬'에 빠진 일부 중소기업 때문에 기업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고는 한다. 그래서일까. A사장을 보면서 '난쟁이 피터'가 떠오른 것은.
베스트셀러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의 최신작인 이 책은 노숙자·택시운전사로 전전하다 하버드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로 성공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키가 130㎝에 불과한 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피터 홀이지만 '팬(Pan)'처럼 키가 납작하다고 해서 피터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남보다 못한 외모와 열악한 환경을 탓하며 방황하던 그는 "나(Me)를 뒤집어 우리(We)를 생각하는 인생의 목적 속에 진정한 행복이 깃든다"며 새로운 인생을 찾는다. 외모는 작고 볼품없지만 '우리'라는 한 차원 높은 가치를 깨달은 덕분에 누구보다 크고 멋진 사람으로 변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역사는 반세기를 넘어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새 시대에 걸맞은 역할은 내 회사 하나가 아니라 동종 업계, 더 나아가 한국 경제를 위해 공공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 있다. 작고 볼품없는 '팬(Pan)'이 아니라 구석구석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 활력을 키우는 '팬(Fan)'처럼….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면서 대한민국을 살맛 나게 하는 멋진 '피터팬(Fan)' 중소기업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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