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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복의 학생들, 손을 맞잡은 연인,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린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온 애기엄마….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이들이 향한 곳은 한 곳이었다. 안산 고잔 화랑유원지의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 희생자 중 내 가족도 친구도 없었지만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자신의 슬픔’이고 ‘우리의 비극’이었다.
분향소 마련 후 지금까지 계속 자리를 지켰다는 자원봉사자는 “오늘은 그래도 조문행렬이 적다”고 했지만 조문을 위한 행렬은 결코 끊기지 않았다.
방명록과 희생자를 애도하는 메모판에는 어른들의 죄스러움이 가득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애들아 그곳에서 편히 쉬렴” “준형아 빨리 아부지 곁으로 왔으면 좋겠다 미안하다”“너희들 손잡자 준 지 엊그제 같은데…꼭 기억할게, 힘든 고통 모두 잊고 부디 편하게 쉬어라 -예절선생님 김은희-”….
조문이 이루어지는 분향소 내부에는 다 기억하기도 힘들 학생들의 영정사진과 이름이 놓여 있었다. 헌화하고 묵념하는 내내 조문객의 울음이 끊이질 않는다. 누군가 흐느끼는가 하면 또 누구는 엉엉 통곡을 한다. 지금껏 억지로 참았던 눈물이 끝내 터져버렸다. 미안함에… 분노에….
끝까지 학생들 먼저 구하겠다고 선실로 들어갔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선생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윤철, 최혜정, 김초희 선생님…. 왜 희생돼야 했는지, 누가 이들을 앗아갔는지 반드시 기억하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직 학교를 마칠 시간은 아니었건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계속 들어왔다.
시험을 마치고 조문을 왔다는 안산 송호중학교 박모(16) 양은 “친구의 언니 오빠들이 희생자예요. 담임 선생님이었던 분도 있고 그리고 제자니까… 그래서 왔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은 한 마디는 정부와 어른에게 비수가 됐다. “처음에는 단원고 학부모에게 괜찮다고 해놓고 그게 아니었고 숫자도 잘못 됐었잖아요, 숫자도 잘못 집계되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학생들의 잘못은 없어요. 수학여행 간 건데.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에요. 동영상 뉴스에 나오는 거 보면 그 순간에도 다른 친구들 챙기는 거 보니까 더….” 결국 말을 잇지 못한 박양. 할 말이 없었다.
학원 강사 백모씨는 “단원고 희생자인 정차웅 군과 지금 가르치는 학생이 초등학교 때 친구였다고 하더라”며 “정 군이 초등학교 때도 의협심이 강하고 리더십도 있어 친구들을 먼저 챙기는 학생이었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었다. “대통령에게 실망했어요. 구체적으로 해결 방법도 제시하지 않은 사과를 했고, 또 ‘유감’이라고 유가족에게도 표현한 것에 대해 유감이에요.”
백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선박회사와 해경,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하고 제도를 새로 정비해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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