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빚이 2·4분기 말 현재 1,13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 분기보다 2.9% 급증해 2·4분기 경제성장률(0.3%·전 분기 대비)의 약 10배에 이르렀다. 중국 경제 혼란과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 등 대외 악재 속에 저성장 수렁에 빠진 우리 경제에 잠재적 폭탄(가계 빚)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25일 한국은행은 지난 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1,13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4분기보다 32조2,000억원(2.9%) 늘어났다. 증가폭은 2002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후 최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94조6,000억원(9.1%) 불었다.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연간 증가폭으로는 가장 크다.
가계 빚이 급증하는 것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총 1%포인트)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때문이다. 실제 2·4분기 말 주택금융공사 등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0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3조7,000억원 급증, 전체 가계 빚 증가세를 주도했다.
사상 최저 금리로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도 크게 늘었다. 예금은행의 기타대출 잔액은 지난 분기 말 155조원으로 1·4분기보다 2조8,000억원 증가했다. 1·4분기 1조9,000억원 줄어든 데서 반전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도 138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조원 증가했다. 폭은 1·4분기(1조9,000억원)의 2배를 넘는다. 가계대출 외에 신용카드·할부금융 등을 합친 판매신용 잔액은 59조5,000억원으로 1·4분기 말보다 5,000억원(0.9%) 늘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 상황에서는 가계부채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외부 충격이 왔을 때 금융불안을 확산시킬 주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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